폭설 이후 주요 언론들이 또다시 농산물 가격을 문제삼고 나섰다. 시장과 산지에선 ‘침소봉대’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전국에 큰 눈이 내리자 각 언론들은 다음날인 5일 일제히 폭설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들이 가격 급등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시금치·상추·양상추·청경채 등 잎채소류들로 최고 두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시장과 산지에선 사실을 부풀렸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을, 그것도 하루이틀 사이의 반짝 상승세를 농산물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청과부류의 가격이 5일에는 전날에 비해 10% 이상 오른 품목이 107개였지만 불과 하루 만인 6일에는 10% 이상 하락한 품목수가 88개로, 오른 품목보다 내린 품목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끼워맞추기식 보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자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그에 맞췄다는 주장이다. 한 예로 폭설로 가격이 50% 올랐다던 양상추는 폭설 직전인 12월 한달 동안 1만~3만원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폭설 이후보다 더 큰 폭의 등락을 보여 왔고, 145% 급등했다던 청경채도 같은 기간 8,000~1만4,000원을 오락가락하며 100%가 넘는 등락을 보였다. 폭설과 이들 품목의 가격등락 사이에 상관성이 별로 크지 않다는 반증이다.
대파농가 한상화씨(경기 이천)는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 때문에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태인데 언론에서까지 농산물값이 급등했다고 나오는 바람에 소비가 더 줄어든 것”이라며 “언론들이 때만 되면 농산물 가격 급등이니 폭락이니 하는 바람에 농가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