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통한 농산물 판매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이 농산물 유통의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GS(지에스)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2009년 농산물 매출 증가율이 과일 54.5%, 채소 107%로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채소류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는데 2008년만 하더라도 채소 매출은 과일의 10분의 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분의 1로 급상승했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다른 편의점들의 농산물 매출 증가세도 뚜렷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편의점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쌀까지 매출이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 종류도 늘었다. 기존에는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조각 과일 등 소포장 과일이 대부분이었고 채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대용량 박스 포장 과일뿐 아니라 청양고추·대파·양파 등 채소류까지 그 종류가 170여가지에 달한다.
편의점에 채소를 공급하고 있는 한상화 이천농산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해 채소 공급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공급량이 하루 평균 500봉지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요즘에는 하루 2,000봉지로 늘었다”며 “매출도 50% 이상 신장할 만큼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편의점의 농산물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글족과 한자녀 가구수가 증가하면서 가구당 농산물 소비량이 감소했고 농산물 1회 구매량도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소포장 상품 구매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1,000원 채소와 1,500원 채소 등 정액의 소포장 상품을 개발한 것도 판매를 늘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대형 마트로 몰리던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집에서 가까운 소매점에서 꼭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양만큼만 구매하는 소위 ‘스마트 소비’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편의점 농산물 판매를 늘어나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20㎏ 쌀, 4㎏ 감귤 등 대용량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것은 편의점에서 일반 가정의 장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GS리테일측은 “간편식 구매 소비자 중심에서 일반 가정의 장보기와 인근 요식업체의 식자재 구매까지 편의점의 농산물 소비자 범주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기존 농산물 유통채널에 비하면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은 2008년 기준 점포수가 1만2,485개에 달하고 전체 매출규모는 6조4,881억원이다.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