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악용 … 국제가격 높을때 훨씬 비싸게 공급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 대부분을 카길 등 4대 곡물회사(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곡물회사가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 곡물 메이저는 독과점시장을 활용, 다른 곡물회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곡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산 기반이 취약한 옥수수·콩·밀 등 3개 곡물을 연간 1,300만t가량 수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 곡물 유통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없다 보니 수입은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곡물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2003~2008년 밀 도입량의 47%, 옥수수의 62%, 콩의 46%가 곡물 메이저를 통해 이뤄졌다. 또 2007년 국내 콩 도입량의 61%, 옥수수의 32%가 일본계 곡물회사인 마루베니와 미쓰비시의 손을 거쳤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의 곡물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도입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구나 곡물 메이저들이 곡물 보관창고와 항만시설 등의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유통업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곡물 메이저가 가격 불안정기에 공급 가격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농경연 분석에 따르면 곡물 메이저는 국제 옥수수 시세가 안정을 보일 때는 다른 곡물회사(비메이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지만, 가격이 급등하면 비메이저보다 8%가량 더 비싸게 팔았다.
이대섭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곡물 메이저의 시장 지배력은 곡물 가격이 급등하거나 불안정한 시기에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식량 사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대부분 자국 곡물회사들이 수입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제 곡물시장에서는 마루베니·미쓰비시·이토추·미츠이 등의 일본계 곡물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또 일본 젠노(全農·전농) 자회사인 ‘젠노 그레인’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 현재 일본 곡물 수입량의 30%를 취급하고 있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농업 개발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체 곡물회사 육성을 통한 안정적인 곡물확보 체계 마련”이라며 “중소 곡물회사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와 함께 선물시장을 활용한 위험요소 분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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