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쌀 사료화 활용 각계 반응
정부의 ‘묵은 쌀 사료화 처리’ 방안에 대해 농업계는 “사료화를 통해서라도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기껏 농사지어서 소·돼지 사료로 주느냐”는 정서적 거부감도 여전해 사료화 시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8일 성명서를 내고 2005년산 묵은 쌀을 하루속히 가축 사료로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단협은 성명에서 “재고 쌀을 올 수확기까지 끌고 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사료화 및 대북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쌀 재고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단협 관계자는 “국민 정서에 ‘굶주리는 극빈층이 여전한데 어떻게 쌀을 가축에게 먹이냐’는 반감이 남아 있지만, 재고 쌀 처리 문제는 이러한 정서법보다는 농업계 실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수확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쌀 사료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교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전국협의회장(경기 이천 모가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2009년산 쌀 20만t을 격리했는데도 쌀값은 요지부동”이라며 “지금은 쌀 사료화 논란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속히 사료화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 지원도 필요하지만, 밥쌀용으로 부적합한 2005년산 쌀은 북한에 보내기도 어렵다”며 “수확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양한 잉여쌀 처분 방안을 조속히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업계도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오정길 한국양계농협 조합장은 “예부터 닭·돼지·개 등에 밥이나 쌀을 먹여 기르지 않았냐”며 “남는 쌀을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술 원료(주정용)로 쓰는 것보다는 가축 사료로 활용해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게 오히려 국민 정서에 합치된다”고 주장했다. 오조합장은 “양계나 육계의 경우 별다른 가공 과정 없이 현미 상태로 주면 된다”며 “이미 일본에선 쌀을 먹여 키운 축산물 브랜드가 산업화돼 있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합사료업체 관계자도 “우리나라의 연간 곡물 수입량 1,300만t 가운데 1,000만t이 가축 사료용”이라며 “남은 쌀을 사료로 쓸 경우 외화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료업체는 필요 곡물을 대부분 6개월 전에 계약하기 때문에 당장 쌀을 사료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쌀 사료화 정책이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북녘의 내 형제, 우리 민족이 굶어 죽고 있는데 남아도는 쌀을 사료로 쓰는 것은 잔인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북한은 올해도 100만~130만t의 쌀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매년 쌀 36만t씩을 가축 사료로 쓴다는 것은 전 세계에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당장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 역시 “쌀은 주곡, 즉 국민들의 기본 식량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왕이면 북한에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형수·오영채·김상영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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