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26.7%로 사상최저 … 식량자급률도 51.4%로 떨어져 국제밀값 폭등사태가 쌀과 콩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 전망치는 26.7%로 역대 최저 기록인 2004년의 26.9%를 5년 만에 갈아치웠다. 또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전망치 역시 2004년의 50.2% 이후 두번째로 낮은 51.4%로 주저앉았다. 2009년 곡물 및 식량자급률 확정치는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 소비량(식량·가공·사료·종자·감모 등) 등을 토대로 내년 이맘때쯤 최종 확정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밀과 옥수수, 콩 등의 자급률이 극히 낮은데다 쌀 중심의 식생활이 빵과 국수류 등의 서양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밀 수입량은 387만8,000t으로 2008년의 274만3,000t에 비해 113만5,000t이나 늘었다. 쌀은 남아도는 반면 국내 생산기반이 매우 취약한 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곡물 관세는 수백%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곡물은 관세가 10% 미만인 저율관세할당물량(TRQ)으로 수입된다. 정부가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TRQ를 늘려 운용하는 탓이다. ‘TRQ 설정→국내 생산량 감소→TRQ 확대→국내 생산기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여기에 제2의 주식이던 보리는 내년을 끝으로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해외에서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현재로선 전무하다. 2008년 지구촌을 휩쓴 애그플레이션과 잇따른 곡물 수출제한 조치는 ‘돈을 주고도 곡물을 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aT는 초기자본금 2,300억원에 150명의 인력으로 카길과 같은 국제곡물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지에 곡물 수집·수출 설비인 엘리베이터를 확보, 2020년까지 전체 곡물 수입량 1,400만t 중 30%인 400만t을 담당하게 한다는 것. 하지만 올 상반기 국제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지원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aT 관계자는 “정부는 국제 곡물회사 설립에 200억원, 그것도 나중에 회수하는 조건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200억원으로는 국제곡물 유통업에 진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문제 때문에) aT 단독으로 곡물회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민간종합상사와 실수요업체, 운송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걸 의원은 “러시아는 물론 이른바 ‘빵 바구니’(밀 주산지)인 남미와 호주 등의 곡창지대가 기상이변으로 큰 타격을 받는 등 총성 없는 식량전쟁이 시작됐다”며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대로 급락,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정부는 최소 쌀과 식용콩, 밀은 자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영 기자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