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경기 쌀값 오른다”…되레 하락 … 작년 단수 예측 실제와 5% 차이 … 올해산 생산·수요량 전망도 의문 “정부는 불과 석달 전에 단경기 쌀값이 4월 대비 최고 11% 이상 오른다고 큰소리치더니 왜 말이 없습니까. 올해는 40만~50만t만 남을 것이라는 말을 또 믿으라고요.” 본격적인 쌀 수확기를 한달여 앞두고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하는 산지 쌀값만큼이나 정부의 산지 쌀값과 올해 쌀 생산량 예상 등 쌀 통계에 대한 쌀 생산 농가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말만 믿고 올 수확기 나락을 사들여야 하는 산지 유통업체들은 지난 2년간 계속된 ‘양치기 소년식 거짓말’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단경기 쌀값 오른다”=지에스앤제이(GS&J)는 지난 4월19일 ‘시선집중’ 보고서에서 “올 7~9월 쌀 평균가격은 현재(4월)보다 6% 정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에스앤제이는 “2010년 양곡연도 말 쌀 총 시장공급량은 432만6,000t으로 2009년 453만4,000t보다 4.6%(20만8,000t)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단경기 민간재고율 저하로 7~9월 쌀값은 수확기(14만2,861원)보다는 2%, 4월 초 가격(13만6,484원)보다는 6%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2009년산 20만t 추가격리 직후 내놓은 ‘쌀 민간부문 수급추정’ 자료에서 “2010년 양곡연도 말 시장공급 가능 물량은 431만7,000t으로 2009년 447만t보다 15만3,000t이 적다”고 전망했다. 농식품부 역시 한달 뒤인 5월25일 쌀 수급대책 자료에서 2009년산 쌀의 최종 유통재고는 416만6,000t으로 2008년산 421만3,000t보다 4만7,000t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농림수산식품부는 “민간부문 시장공급량 감소로 올해 단경기(7~9월) 가격은 14만5,000~15만1,000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는 4월 가격(13만5,117원)보다 7~11.6% 상승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8월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3만312원으로 추곡수매제 폐지 이후 최저가격으로 떨어지면서 12만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7월과 8월 평균가격은 13만2,973원을 기록, 농식품부와 관련 기관들의 ‘상승’ 전망을 무색케 하면서 4월 평균 13만5,117원보다 1.6%(2,144원)가 하락했다. 한 쌀 생산 농가는 “9월 쌀값의 추가하락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농식품부의 올해 단경기 쌀값 전망은 추정치대비 최저 8.6%~최대 13.2%라는 헛다리를 짚은 셈”이라면서 “엉터리 전망은 하지 않는 것이 농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올해 쌀 생산량?=농식품부는 올해 10a당 단수는 534~540㎏으로 467만~482만t의 쌀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올해산 쌀의 수요량은 426만t으로 추정, 41만~56만여t의 잉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참말일까. 지난해 10월 ‘9·15 작황조사’ 결과를 통해 10a당 단수는 508㎏으로 2008년에 비해 2.3%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달 뒤 실수확량 조사결과 사상 최대 풍작인 534㎏으로 나타나 오차가 무려 26㎏(5.1%)에 달했다. 이러한 생산량 오차는 공공비축미 37만t 외에 추가 34만t, 올 5월 20만t 등 모두 91만t을 격리하고도 다시 9월에 8만t 이상을 더 시장에서 격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올해 전망치는 믿을 수 있을까. 농식품부가 내놓은 10a당 단수는 사상 최대 전망치다. 일단 지난해 5.1%에 달하는 굴욕적인 예상생산량과 실수확량의 오차를 최소화해 보자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양곡업계 관계자는 “〈호품〉 벼 재배면적이 15만㏊보다 크게 웃돌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당초 518㎏ 정도로 예측했던 10a당 단수를 상향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쌀 생산량 조사 표본필지를 2005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의 과학적인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신뢰 받기 어려운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쌀 생산량 조사 표본농지를 2005년 9,000필지에서 2009년 3,359필지로 줄였고, 이에 비례해 예상생산량과 실수확량의 오차는 ▲2006년 0.8% ▲2007년 2.1% ▲2008년 4.8%로 벌어졌다. 올해산 쌀의 수요량이 426만t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그렇다. 이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해마다 2㎏ 정도씩 줄고 있는 ‘소비패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농경연은 8월 농업관측 자료를 통해 올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1.4%가 줄어든 73㎏으로 전망하면서도 올 상반기 소매업체의 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8%나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폭의 10배에 달하는 쌀 판매량 감소라는 ‘이상한 괴리’가 존재하는 한 쌀 수급과 가격 곡선은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형수 기자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