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잉여물량 격리 등 긍정평가 … 대북지원·재고격리대책 제외 아쉬워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8월31일 내놓은 쌀 수급 안정 대책(본지 9월3일자 1·3면 참조)에 대해 농업계는 ‘진일보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대북 쌀 지원이 포함되지 않은 점, 2009년산 재고쌀에 대한 확실한 격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농지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수확기 잉여물량 격리, 생산조정제 도입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대책을 내놨다”며 “하지만 2009년산 재고쌀에 대한 구체적인 격리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한농연 관계자는 “8·31 대책에 그동안 한농연이 요구해 온 수급대책이 예상보다 많이 반영됐다”면서 “햅쌀과 2009년산 구곡이 함께 유통될 경우 구곡이 햅쌀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격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도 ‘8·31 대책을 환영한다’는 성명서에서 “농민단체가 요구해 온 쌀값 하락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늦게나마 마련된 것에 일단 환영한다”고 밝혔다. 농촌지도자회는 또 “기존 창고 물량을 (가공용으로) 방출하고 (올해 잉여물량을) 또다시 창고에 비축하는 것은 수급균형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농림수산식품부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대북 쌀 지원에 대한 로드맵(장기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교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전국협의회장(경기 이천 모가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평년 생산량(456만t) 기준으로 수확기 추가물량을 격리했던 것과 달리 8·31 대책에는 예상 수요량(426만t)을 기준으로 잉여물량 전부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매우 진일보한 내용이 담겼다”며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10월 이전에 2009년산 재고쌀 10만여t을 추가로 격리하는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교수 경북 안동 서안동농협 RPC 장장은 “정부 격리가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턱없이 부족한 창고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매입가 결정을 둘러싼 산지유통업체와 농가간 마찰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강원지역의 한 RPC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로 수확기 매입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매입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남 서천군농민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지자체와 농협, 농업인이 참여하는 ‘벼값 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생산조정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이병훈 경북 의성 의로운쌀 생산단지 회장은 “쌀전업농의 경우 1㏊당 조수익이 900만원인 반면 벼 대신 다른 작목을 재배할 경우 지원되는 보조금은 300만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누가 기계화가 잘 된 벼농사를 포기하겠냐”고 반문했다.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전용 협의권한을 지자체장에 넘기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는 “농지투기만 부추길 것”(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식량안보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농촌지도자회)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형수·김상영·유건연·서륜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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