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 인정한 약이 되는 농산물 “놀라워라”
영화 〈사랑과 영혼〉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세계적인 배우 데미 무어의 ‘S라인’ 몸매 사진이 최근 외신을 타고 보도되면서 고추의 효능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우리 나이로 올해 49세, 세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는데, 그녀의 다이어트 비결 중 하나가 바로 고추를 이용한 식이요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비타민C 함량 여느 채소·과일보다 풍부 =농촌진흥청의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고추에는 단백질·회분·탄수화물을 비롯해 각종 식이섬유와 칼슘·인·철분·칼륨 등 무기질은 물론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고추에는 비타민C와 A가 여타 채소·과일보다도 많다. 지난 1937년 헝가리 생화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는 비타민C와 관련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고추에 비타민C가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남보다 먼저 알게 돼 연구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생고추 100g당 비타민C의 함량은 116㎎으로, 같은 중량의 레몬(70㎎)·오렌지(43㎎)보다 훨씬 높다.
◆ 캡사이신 암발생 억제효과 뛰어나=과학자들은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에 주목하고 있다.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억제해 주는 것으로 밝혀져서다. 영국의 노팅엄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폐암세포와 췌장암세포를 대상으로 연구에 나선 결과 고추의 캡사이신이 이들 암세포만 죽게 만들고 주변의 정상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도 고추의 캡사이신이 췌장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 미국 암학회에 보고했으며, 미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은 캡사이신을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전립선암세포의 80%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고추 캡사이신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됐다. 김정애 영남대 약대 교수는 붉은 고추에 간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권영근 강원대 교수팀은 캡사이신이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대한암예방학회는 항암식품 54가지 가운데 하나로 고추를 꼽기도 했다. 고추와 같은 자극성 있는 음식이 위에 해로울 수 있다는 속설과 달리 일상적인 고추 섭취량은 위 점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위궤양을 억제하는 등 암 발생을 예방해 준다는 것이다.
서영준 서울대 약대 교수는 고추 캡사이신의 항암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서교수는 “고추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인들에게서는 다른 남방민족보다 위암이나 대장암 발생이 훨씬 덜한데, 이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위장운동을 촉진하고 위점막을 방어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성에겐 미용 효과, 남성에겐 강장 효과=최근 미국에서는 고추를 원료로 한 다이어트제품이 상품화돼 출시 1개월 만에 100만개를 팔았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체내 지방을 연소해 비만을 막아 주는 것이다. 실제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에서는 8주 동안 고추 발효 추출물을 먹은 사람은 체중 2.7㎏, 체지방 1.8㎏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특히 중추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심장박동을 높여 주는 등 남성들의 성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활동하면서 고추 연구에 매달려 온 아말 나지는 그의 저서 〈고추 그 맵디 매운 황홀〉에서 “1970년 페루 정부는 교도소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고추가 성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며 고추 사용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김광동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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