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수급안정대책 산지 반응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 채소류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배추·무값 안정을 위해 국내산 조기출하를 유도해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고, 이달 중순 중국산 신선배추 100t과 신선무 50t 도입을 시작으로 시장 수급 상황을 감안해 추가 수입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산지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수입 확대로 인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간수입 급증 전망=정부가 신선배추와 무 수입을 추진함에 따라 지금까지 미미했던 민간수입도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이미 배추 5만포기를 도입해 조만간 포기당 2,000~3,000원 수준에 판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민간수입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무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여러 수입업체들이 중국산 물량 확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수입량이 일시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치 수입마저 가세할 경우 시장에 예상보다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9월1~25일 김치 수입은 1만556t(신선배추 환산 2만3,390t)에 이르고 9월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9월 말 기준 중국 내 김치 생산원가가 전년 동기대비 46% 하락해 10월에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44% 많은 1만8,000t에 달할 전망이다.
◆산지거래 위축 우려=산지거래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주 출하지인 준고랭지와 10월 하순부터 본격 출하될 가을배추 산지는 밭떼기거래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 수입이 늘어도 농가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이제 막 거래가 시작된 월동배추 산지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신선배추와 무를 들여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지 유통인들이 월동배추 거래에 관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형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 수입이 얼마나 늘지 모르지만 고랭지무·배추 거래에서 큰 손실을 입은 산지 유통인은 일단 거래에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월동배추 재배면적도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수입 증가가 산지거래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농경연은 이달 관측에서 월동배추 재배의향 면적이 전년대비 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수입 증가에 따른 산지거래 위축으로 월동배추 생산 농가에는 예상보다 큰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 시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지 관계자는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0월에는 배추 수입이 필요하지만 수입이 11월까지 이어질 경우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월 김장배추 출하가 본격화되면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값도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배추 수입이 이 시기까지 이어지면 배추값이 산지가 손해를 입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12월에는 평년대비 30% 가까이 많은 월동배추가 출하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시기까지 수입이 이어지거나 수입배추가 유통된다면 배추 가격은 큰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입 유통이력관리 강화 절실=올 연말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배추와 무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유통과정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산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김치는 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채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인 만큼 절대 수입이 용이하도록 길을 터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황인홍 전북 무주 구천동농협 조합장은 “시장 안정을 위해 수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칫하면 산지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수입 물량과 시기 결정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김치에 대해서는 이번 긴급수입 조치가 적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조합장은 “무엇보다 김장배추 출하가 본격화되는 11월에 수입배추가 시장에 나오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 후 유통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정영호 전남 해남 화원농협 김치가공공장장은 “수입증가에 따라 수입원료로 김치를 만들어 국산으로 판매하는 불법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입품 유통과정에 대한 보다 세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석·이상희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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