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흉년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간격으로 발표하는 ‘쌀값 동향’에 따르면 10월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3만6,088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0일 전의 13만6,436원에 비해 348원 낮은 가격이다. ‘내년 수요량을 초과하는 쌀을 모두 격리하겠다’는 정부의 초강도 대책도 하락세를 막지 못한 셈이다.
양곡업계에선 쌀값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 ▲정부재고 과다 ▲2010년산의 도정수율 하락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가 인하 압박 등을 꼽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한다는 강원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추석을 기준으로 납품하는 쌀이 구곡에서 신곡으로 바뀌었지만, 납품가격은 쌀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9월 시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가 끊길까 봐 (납품가격을 올려 달라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대형 유통업체의 저가납품 강요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는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나 양곡상이 우월적 직위를 이용해 ‘다른 RPC는 더 낮은 가격으로 쌀을 대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도 불공정행위”라면서 “신고가 들어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