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콩 수확량이 절반이나 줄었어요.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10월26일 콩나물콩 수매가 한창인 제주 한경농협(조합장 김동호) 농산물유통센터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뒤이어 콩을 싣고 오는 농업인들의 얼굴에도 수확의 기쁨보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문영준씨(45·한경면 청수리)는 “밭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60%까지 수확량이 줄었다”며 “농사지어 남는 게 없으니 밭이 애물단지가 될 판”이라고 토로했다.
농가들은 올해 콩 흉작의 원인을 날씨 탓으로 돌리며 하늘을 원망했다. 파종기 때부터 집중호우가 2~3차례 쏟아졌는가 하면 그 후에도 잦은 비로 인해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는 것. 특히 ‘곤파스’와 ‘말로’ 등 두차례 태풍으로 인해 여느 해보다 쓰러짐 피해가 심했고, 저온현상까지 겹쳐 꼬투리가 제대로 맺히지 않는 등 생육이 부진해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농가들 사이에는 파종한 콩이 비에 쓸려 가 다시 파종한 농가가 허다하고, 심지어 세번이나 파종한 농가도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1만6,500㎡(5,000평)의 콩 농사를 짓는 고영진씨(73·저지리)는 지난해엔 75가마(40㎏들이)를 생산한 반면 올해는 생산량이 47가마에 그쳤다고 했다. 더구나 고씨는 “콩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수확작업도 어려워 인건비가 더 많이 들었다”며 한숨지었다.
이창봉 한경농협 유통팀장은 “한경지역의 경우 지난해보다 평균 콩 수확량이 30%가량 감소했고,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농가들이 경영비조차 건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