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파동과 같은 고질적인 수급불안 예방을 위해서는 산지 유통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배추파동 발생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의 복잡한 유통구조에 농협이 적극 개입해 유통단계를 단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차원에서 산지 저온저장 인프라를 구축해 출하조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재배 관리체계 강화=연구소는 배추파동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농협 중심의 산지 관리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산지관리가 이뤄지면 소비지 공급연계가 가능해져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불안정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생산자-산지유통인(생산자단체)-도매시장-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에 농협이 적극 개입해 ‘산지조직-관리농협-구매조직’ 3자 연계 체계로 단순화해 사계절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배추 단위 물량당 원가 계산을 해 계약재배 가격에 반영, 수취가격을 보장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농업경영 활동이 보장돼 계약재배 참여율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기간은 3~5년 장기로 해 계약기간 동안 가격 등락을 중화시켜야만 계약주체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계약가격과 시장가격과의 차익을 재원으로 해 이익 발생시에는 기금으로 적립하고 손실 발생시에는 이 기금으로 보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온저장 인프라 구축=기상 변화에 따른 생산변동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재고관리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연구소는 이를 위해 저온저장고를 설치해 과잉 생산시 폐기 대신 저온저장해 수급조절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소는 이 시설을 유통의 사회간접자본 차원에서 정부 예산 투자 후 공기업이나 지자체 직접 관리 또는 생산자단체 위탁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기인 농협경제연구소 경제사업연구실장은 “저온저장 시설이 구축되면 수급정보 수집과 분석, 수급안정자금 확보를 통한 출하조절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수급조절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예찰 모니터링 강화=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9월 말~10월 배추파동은 고랭지 산지의 급격한 기온하락과 집중호우, 잦은 강우로 인한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가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기상변화에 대한 관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인 실장은 “준고랭지 2기작 정식 시기가 10~15일 늦어진 사실에 좀더 주목했더라면 지난 9월 하순부터 출하 물량 감소는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준고랭지 1기작 정식부터 고랭지를 거쳐 준고랭지 2기작 수확 때까지 기후 변화가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조량, 강수, 온도 등 생산 변수 영향을 계량화한 가칭 ‘기후지수’와 병충해 영향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칭 ‘병충해 지수’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전체적인 ‘생육지수’를 개발, 시점별 생육상황을 종합적이면서도 단순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