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위생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소비자 인식이 너무 낮아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식품의 해썹 제도는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제조·가공·보존·조리·유통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위해물질이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모든 위해요소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위생관리시스템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는 1993년 이 시스템 도입을 각국에 권고해 우리나라도 1996년 이 제도를 도입, 올 10월22일 현재 1,007개 식품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청(농림수산식품부가 인증한 300여개 축산식품 포함)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상태다. 식약청은 어묵류·빙과류·비가열음료·레토르트식품·김치류 등 7개 품목에 대해서는 오는 2012년까지 해당업체의 매출액과 종업원수 등을 감안, 단계적으로 해썹 인증을 의무화하기로 해 앞으로 인증업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증을 받기까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도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너무 낮아 유통과정에서 인증제품과 비인증제품간 차별성이 떨어지고, 결국 식품업체들도 인증의 필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등 부작용이 싹튼다는 점이다.
식약청이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을 통해 해썹 제도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해썹 표시를 알고 있었다는 응답자가 25.6%에 불과했다. 더구나 해썹 표시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용어의 의미까지 안다는 사람은 26.4%에 그친 상태다.
보통 해썹 인증을 희망하는 업체는 ▲해썹 기준에 따른 교육과 컨설팅 실시 ▲규정에 맞는 시설 구축 ▲해썹 관리계획을 세워 1개월간 시범운영 ▲지방식약청에 신청서 접수 ▲서류검토(관리기준서 등) ▲현지확인 및 평가 ▲판정 ▲지정서 발급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식약청은 보통 해썹 신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만에 지정절차를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업체들은 인증 준비기간부터 미비점 보완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통과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고 주장한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사후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지정 취소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경기지역의 한 식품업체 사장은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준비기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한업체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들지만 인증 획득으로 매출이 늘었다거나 업체 인지도가 향상됐다는 말은 별로 들어 보지 못했다”며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당국이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못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식중독관리과의 해썹담당자는 “해썹 인증을 희망하는 중소 식품업체에 대한 기술지원과 함께 별도의 기준까지 마련해 인증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문제는 크게 해소됐을 것”이라면서 “다만 해썹 제도의 대국민 인지도와 인증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문제인데, 지속적으로 제도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고 해썹의 용어도 쉬운 말로 바꾸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이 올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해썹 제도 활성화를 위한 TV 광고 등 홍보예산이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4억원에서 지난해는 7억원으로 늘었다가 올해는 다시 5억1,100만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