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의 개’와 빛깔 고운 고추로 이름난 전북 임실군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해마다 수많은 체험객들이 방문하는 토종 치즈의 메카 임실치즈마을(임실읍 금성리)이 그곳. 지난해 임실치즈마을의 방문객과 매출액은 3만6,939명에 9억1,998만원에 달했다. 오늘의 치즈마을이 있기까지는 임실에 치즈를 전파한 지정환 신부(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마을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누대의 이장들, 그리고 외부 관광객 유치에 앞장선 마을발전위원회 위원장들의 공이 컸다. 현 송기봉 임실치즈마을위원장(58)으로부터 구체적인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서양인 신부에 의해 치즈신화 싹터=1964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는 겨울을 술과 노름으로 보내는 농업인들에게 치즈를 전파하기로 결심했다. 산양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우유로 만든 두부’라며 나눠 줬지만 먹어 본 주민들의 첫 반응은 냉담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사목관에 굴을 파 가며 발효실험을 거듭한 끝에 한국 최초로 피자용 모차렐라치즈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주민들의 호응도 이끌어 냈다. 지신부는 주민들에게 치즈 생산법을 알려 줬고, 이후 임실치즈는 ‘한국 치즈의 원조’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 모든 회원이 체험장 운영에 참여=2003년부터 마을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치즈체험장을 열었으며, 2006년 ‘치즈마을’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현재 회원은 모두 75가구.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거나 농사를 지으며 부업으로 마을 운영에 참여하지만 체험 지도, 방문객 안내, 유제품 판매 등 각자 한가지씩 일을 담당한다.
치즈체험으로 벌어들인 돈은 주민들의 호주머니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우선 마을발전기금으로 쓰인다. 건물도 짓고 편의시설도 만드는 등 마을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 이후 발생한 소득은 부가세·카드수수료·마을세 등을 공제한 뒤 농가에 지급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의 63%인 5억7,461만원이 회원 농가들에게 돌아갔다.
◆ 1명이 1,000명이 되도록 손님 접대에 만전=“임실치즈마을은 단지 치즈판매가 목적이 아니에요. ‘사람답게 사는 마을’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마을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송기봉 위원장의 말대로, 마을운영위원회는 사람답게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발전기금을 적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마을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했으며, 어르신들의 아침과 점심을 지원하는 후생복지를 시작했다. 또한 농촌공동체 유지를 위한 경관조성기금,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돕는 마을안정기금 등을 조성했다.
송기봉 위원장은 “마을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찾아오는 도시민 한사람 한사람을 귀한 손님으로 모셔서 사람의 가치를 높여 준다면 그 한사람으로 인해 1,000명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임실치즈마을은=외양은 평범하지만 농촌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치즈체험마을이다. 방문객들은 예약을 하고 1만9,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프로그램에 따라 치즈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마을 식당에서 치즈돈가스를 먹고 경운기를 타고 치즈 체험장으로 가 모차렐라치즈를 직접 만드는 ‘기본체험’뿐 아니라 송아지 우유 주기, 목장 썰매, 산양 젖짜기, 산양유로 비누 만들기 등 ‘선택체험’도 할 수 있다. 1박2일 팜스테이 체험프램그램도 운영한다. ☎ 063-643-3700.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