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생산량이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벼 재배면적이 크게 준데다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16일 올해 쌀 생산량이 429만5,000t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491만6,000t에 견줘 62만1,000t(12.6%), 최근 5년 중 최대·최저치를 뺀 평년치 445만5,000t에 비해서는 16만t(3.6%) 적은 양이다.
또 통계청이 10월8일 전망한 예상생산량 434만6,000t보다 5만1,000t 적은 규모며, 냉해로 기록적인 흉작을 보였던 1980년 355만t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은 쌀 생산량이 급감한 원인으로 재배면적 감소와 기상악화를 꼽았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형질변경, 건물건축, 타작물 재배사업 등으로 지난해보다 3.5% 감소, 90만㏊ 선이 무너졌다.
또 생육 초기 저온현상으로 포기당 이삭수는 지난해의 19.6개에서 올해는 18.6개로 줄었고, 출수기부터 등숙기까지의 잦은 비로 낟알의 충실도도 떨어졌다.
게다가 고온다습한 날씨와 태풍으로 병해충 및 풍해(쓰러짐 등) 피해구역 비율은 11.8%에서 29.1%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로 인해 공공비축용 포대벼 가운데 특등품 비율이 지난해 46%에서 올해는 18%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태풍 피해가 컸던 경기가 16.9% 줄었고, 강원(-15.9%), 충남(-13.6%)도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다수확 품종인 〈호품〉에 힘입어 지난해 전남을 밀어내고 생산량 1위에 올랐던 충남은 백수 피해 및 쓰러짐 등으로 올해 2위로 내려앉았다.
다만 통계청 발표치는 ‘소출이 20% 이상 줄었다’는 산지 농가들의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여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통계청이 밝힌 10a당 생산량은 483㎏. 이는 평년치 501㎏에 견줘 18㎏(3.6%) 적은 양으로, 최근 10년 중 7위에 해당한다. 단위면적당 생산량만 보면 ‘대흉작’이란 농가 주장을 무색케 한다.
통계청은 ‘쌀 통계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올해 쌀 생산량 발표를 예년보다 일주일이나 늦추면서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쌀 생산이 줄어듦에 따라 산지 쌀값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1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3만6,432원으로 열흘 전 보다 108원 올랐다. 정부는 쌀값이 오름세를 탔다고 보고 1등품 기준 4만5,000원인 공공비축용 포대벼 우선지급금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생산량이 내년 예상수요량(426만t)보다 3만여t 많지만 정부의 추가격리로 시중 유통량은 (적정량보다) 5만t 이상 부족할 것”이라며 “향후 쌀값은 공급량 부족 영향으로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