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식자재사업에 진출한다. 기존 소매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상인들을 대상으로 대용량 판매를 하는 소위 ‘창고형 할인점’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농협이 운영하는 식자재매장과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중간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마트가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웨어하우’(traders warehouse·상인들의 창고)를 경기 용인에 개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더스 웨어하우스는 기존 점포인 용인 구성점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게 되며 개장 예정일은 12월 말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구성점은 리모델링 공사로 현재 휴업중이다.
이마트가 구상하고 있는 트레이더스 웨어하우스는 판매 단위를 확대하는 대신 단위당 가격을 낮추고 공급 상품수를 줄이는 것이다. 기존 점포에서는 단품 단위로 판매했지만 트레이더스 웨어하우스에서는 박스 단위로 판매하고 가격은 기존 점포에 비해 2~10% 낮춘다는 계획이다. 취급 상품수도 기존 6만여개의 10분의 1 이하인 4,300여개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식품·생활용품 등 가공품뿐 아니라 배추 등 신선식품도 취급할 계획이다.
목표로 하는 고객층은 식당·사무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지만 비회원제로 운영해 일반 고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트레이더스 웨어하우스의 확대 여부는 구성점의 성과에 달려 있지만 내년에 5개점, 추후 30개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식자재사업 진출을 본격화하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마트가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가격을 낮추거나 기획력을 앞세워 상품구성을 다양화할 경우 기존 중소 식자재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식자재매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도권 농협 유통센터들이나 소매상이 주고객인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은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자재매장을 운영하는 농협 유통센터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취급 상품수를 늘리고 상품 공급단가를 낮추는 등 상품경쟁력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
이상식 성남농수산물유통센터 사장은 “예상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적지 않다”면서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농협의 취약점인 공산품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농협의 강점인 농산물 부분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