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인 줄로만 믿었던 우리 안동에 구제역이 발생하니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11월30일 오후,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감애리 초소에서는 경찰과 시 공무원 등이 지나가는 차량 바퀴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안동시 일대를 통틀어 방역차량이 서현리 발생지역 인근에 배치된 한대뿐이어서 이곳을 제외한 다른 초소에서는 무인소독기 설치 전까지 과수원 등에서 활용되는 고속분무기(SS기) 엔진에 호스를 연결해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같은 날, 한우 5마리에서 항원 양성반응이 나타난 서후면 이송천리 일대도 방역에 고삐를 단단히 죄었다. 발생 농가 반경 500m에 있는 축산 농가는 4곳(41마리)뿐이지만, 서후면의 한우 마릿수가 안동시 전체(4만5,000마리)의 20%가 넘는 1만여마리에 달하기 때문. 위험지역(반경 500m) 밖의 한우 농가들도 농장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방역에 참여하고 있다.
안동시도 방역활동을 위해 서현리 일대 반경 10㎞ 지역에 34개(3곳은 영주시가 관리) 초소를 구축하고, 살처분 작업과 소독활동을 위해 공무원·군장병·공공근로인력을 파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역축협과 농협도 물심양면으로 방역활동을 돕고 있다. 권기수 안동봉화축협 조합장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필요하면 방역용 생석회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와룡면과 서후면 일대에서 한우 2,300여마리를 기르고 있는 만큼 농가의 심정으로 방역과 농가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안동와룡농협 등 지역농협도 양축 농가에게 생석회 등을 공급하며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력은 물론 전기충격기·생석회 등 방역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소독액이 얼어붙어 방역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걱정했다.
방역활동에 투입된 공무원 중 일부는 마른 도로변에 생석회를 뿌리는 등 방역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초기발생 지점에서 8㎞ 떨어진 이송천리에 구제역이 추가발생해 살처분 마릿수가 계속 늘어나자 방역대를 일부 조정하고, 초소 숫자를 44곳으로 확대했다.
구제역이 발병한 양돈 농장주 한명이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축산 농가들의 해외여행 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늦은 초동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수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은 “도 가축위생시험소가 11월26일 의심신고를 받고도 간이키트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점만 믿고 28일에야 검역원에 진단을 의뢰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수의사와 사료차량 등이 질병을 전파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일면서 역학농가 5곳 1만3,350마리에 대한 살처분 명령도 내려졌다.
안동시와 살처분 농가들이 구제역 조기 종결을 위해 보상금에 대한 합의를 일부 이뤄 냈지만, 와룡면은 물론 북후면·녹전면 등 살처분 대상 농가의 걱정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와룡면 서현양돈단지와 인접한 태2리에서 번식·비육우 등 한우 70여마리를 기르는 김세호씨(47)는 “확산을 막으려는 행정당국의 빠른 결정은 이해하지만, 애꿎은 소를 살처분해야만 하는 마음은 찢어지도록 아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 임을순씨(46)는 끝내 눈물을 쏟으며 “시집와 20년간 땀흘려 70마리로 불렸는데 절대 묻을 수 없다”고 절규했다.
인근 축산 농가들도 하루아침에 폭격을 맞은 듯 어쩔 줄 몰라했다. 최근 소를 새로 입식하고 새끼 밴 소가 30마리나 된다는 이유정씨(52·감애리)는 “11월20일경에 새로 소를 들여왔는데, 모든 게 절단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우 32마리를 키우는 손양수씨(70·〃)도 자신의 농장이 살처분 대상인줄도 모른 채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