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수산물 수급안정에 필요하다며 국회에 추가요청한 예산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농수산물 유통개선대책이 확정도 되기 전부터 차질 우려를 낳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9월 말 발생한 배추파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올 연말까지 농수산물 수급안정과 유통구조개선을 뼈대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개선대책을 마련(본지 2010년 11월17일자 1면 보도)중에 있다.
농식품부는 특히 배추파동이 정부 예산안의 국회제출 뒤 발생해 대책에 필요한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지난 11월 농수산물 수급안정 예산으로 국회에 5,654억원을 추가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가 8일 확정한 내년 농식품부 예산에는 농수산물 수급안정 관련 예산이 577억원만 추가반영됐다.
◆반쪽 대책 우려=농식품부가 농수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예산을 추가요청한 대책은 크게 3가지 분야 10가지 시책이다. 이들 사업 예산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 1,455억원이 반영돼 있었다. 여기에다 5,654억원을 추가해 모두 7,109억원으로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당초 예산안에 들어 있던 1,455억원에다 산지유통종합자금 500억원과 저온유통체계 구축 77억원 등 577억원만 증액돼 현재 확보된 수급안정대책 예산은 2,032억원이다.
이는 계획했던 예산에 견줘 5,000억원 정도나 적은 규모여서 연말 발표될 농수산물 유통개선대책이 예산 뒷받침 없는 반쪽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계약재배 확대 의문=배추·무 수급안정의 핵심 대책으로 검토되고 있는 계약재배 확대는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현재 9%에 불과한 노지채소 계약재배 물량을 내년에 15%까지, 무·배추의 경우 6%에서 20%까지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추가예산은 1,173억원이다. 또 선행관측과 연계해 고랭지 배추·무 물량이 부족할 경우 추가 계약재배를 실시하는 긴급 수급안정사업을 도입하겠다며 293억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된 추가예산은 500억원. 당초 예산안에 반영돼 있던 400억원을 합해도 900억원이다. 이는 계약재배 확대를 위해 농식품부가 요구한 전체 추가예산 2,746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계약재배 물량을 계획보다 줄이거나 품목을 축소조정하는 게 불가피하고, 긴급 수급안정사업 도입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관측 확대도 난망=수급안정대책의 또 다른 핵심대책으로 꼽히는 농업관측 강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배추파동 때 농업관측이 제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농업관측의 예측력을 증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민물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농업관측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현행 월 1회인 관측주기를 월 3회로 늘리고, 조사표본도 현행보다 1,100가구 늘리는 한편 관측품목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작 농식품부가 농업관측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추가요청한 예산 10억7,500만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무·배추의 관측주기를 월 3회로 늘리기 위해 필요한 3억3,400만원, 관측표본수 확대에 필요한 3억6,100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차질 없는 추진 밝혀=이밖에도 배추 무사마귀병 방제 지원,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확대, 수산물 수매비축에 필요하다며 요청한 추가예산은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연말 발표될 농수산물 유통개선대책은 예산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제도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이 되는데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요청한 예산이 일부밖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각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조정하면 대책 추진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