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으로 음식점 손님이 뚝 끊기고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경북 안동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1일, 평소 하회마을 관광객과 외지 고객들로 북적이던 안동시 풍산읍 안동한우 불고기촌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풍산지역 이장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이장한우’ 식당의 경우 손님이 구제역 발생 전보다 90% 가까이 줄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하회마을도 방문객수가 절반이나 감소했다.
이장한우 식육부 구매팀장을 맡고 있는 안규열씨(막곡2리 이장)는 “평소엔 외지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으나 지금은 일반 소비자의 발길도 끊겼다”며 “농가는 농가들대로 살처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구제역은 안동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14일 현재 한우와 돼지 등 모두 11만8,285마리가 살처분·매몰됐고, 이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우는 매몰 대상이 685농가에 2만3,262마리로 전체 4만5,000마리의 절반을 웃돌았다.
간접적인 피해도 엄청나다. 사과와 산약(마)·콩·고추 등 지역 농특산물 판매가 줄었을 뿐 아니라 청정지역 안동의 이미지도 큰 손상을 입었다. 이완기 녹전사과수출작목회장은 “사과 택배 물량이 구제역 발생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이웃 농가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약 택배 판매를 하는 김상동씨(42·와룡면 지내리)도 “사실상 구제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구제역 발생 후 주문을 취소하기도 했다”며 “하루 10여건이던 택배 주문량이 최근엔 1~2건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가는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 지역 민심도 갈라져 구제역 양성·음성 판정을 받은 마을 주민간에는 반목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살처분과 매몰에 참여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특히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와룡면의 경우 사육하던 돼지와 한우의 80%가 사라지면서 주민들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과 농업인들은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돼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농축산물 판매 등이 활성화되길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한편, 권영세 안동시장은 15일 ‘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축산재건팀을 구성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순보 경북도 농수산국장도 “구제역이 종식되는대로 경북축산 재건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