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개 시군중 69곳 다른 품종으로 교체…일부지역 종자 턱없이 부족 농가 ‘발동동’…“수매품종 변경시 종자확보 여부 감안을” 일선 농가들이 내년에 파종할 볍씨가 부족하다며 아우성을 내고 있다. 지역별 공공비축 수매품종에 맞는 정부보급종이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전국 기초지자체의 내년도 공공비축 수매품종을 조사한 결과 20일 현재 156곳이 확정을 지었다. 이 가운데 올해 공공비축 수매품종(2개 이하)을 그대로 유지한 시·군은 87개(55.8%)로 집계됐고, 61개(39.1%) 시·군은 1개 품종만 다른 품종으로 교체했다. 또 2개 품종 모두 변경한 시·군도 8곳(5.1%)이나 됐다. 문제는 수매품종 교체에 맞게 정부보급종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전북 익산시의 경우 수매품종을 올해 〈호품〉과 〈신동진〉에서 내년엔 〈황금누리〉와 〈신동진〉으로 바꿨다. 공공비축 수매에 응하려면 〈황금누리〉나 〈신동진〉을 꼭 재배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익산시에 배정된 정부보급종 13만9,000㎏ 가운데 〈황금누리〉는 고작 1,000㎏(0.7%)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농가로부터 볍씨 신청을 받은 결과 정부 수매품종인 〈황금누리〉와 〈신동진〉은 일찌감치 동났고, 수매품종이 아니면서도 4만t이 배정된 〈새누리〉는 고작 9,340t만 신청이 들어왔다. 익산시 왕궁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광희씨는 “〈신동진〉은 올해 농사지은 게 있어서 (새로 수매품종으로 선정된) 〈황금누리〉 한포대만 신청했는데, ‘종자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종자도 확보하지 않고 수매품종을 변경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제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제시는 올해 수매품종인 〈호품〉과 〈신동진〉 가운데 〈호품〉을 〈온누리〉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김제시에 배정된 전체 정부보급종 20만7,500t 가운데 〈온누리〉는 1만2,000t(5.8%)에 불과했다. 벼농사 3.7㏊(약 1만1,200평)를 짓는 박승진씨(44·김제시 순동)는 “내년에 파종할 볍씨로 나 혼자서만 400~500㎏이 필요한데, 마을에 배정된 〈온누리〉는 40㎏짜리 2포대에 불과하다”며 “추가배정이 없을 경우 일반농가에서 생산한 볍씨를 구해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보급종과 달리 일반 볍씨는 소독처리가 안돼 있어 키다리병 발병 위험이 높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온누리〉 〈주남〉 〈오대〉 〈운광〉 〈동진〉은 감수성 품종으로, 볍씨 소독을 잘못할 경우 다른 품종보다 키다리병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며 “이들 품종은 정부보급종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비축 수매품종과 정부보급종이 차이를 보이는 곳은 대부분 〈호품〉 대신 다른 품종을 선택한 곳이다. 쌀 수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올해 〈호품〉 작황이 신통치 않자 많은 지자체가 수매품종에서 〈호품〉을 제외시켰다. 충남의 경우 공공비축 수매품종으로 〈호품〉을 선택한 지자체는 올해 7곳에서 내년엔 1곳으로 줄었고, 전북 역시 12곳에서 2곳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종자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품종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지자체별 수매품종은 공무원과 농가·농협·농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지역별 ‘공공비축미곡 수매 대상품종 선정심의회’에서 자체 결정한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정부보급종은 3년의 장기 계획 아래 생산·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농가들이 요구하는 품종을 곧바로 공급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수매품종 변경시 종자 확보 여부를 감안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