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자신이 만든 복주머니를 들어 보이며 “농민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최명옥 지도사. | | “배우기 쉽고 실용적 … 주부들 좋아해요” 한파가 몰아친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원삼면 용인시농업기술센터는 각양각색의 천조각을 앞에 두고 바느질에 열심인 주부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새해맞이 복주머니를 만드느라고 모두들 이렇게 모여 있어요. 정기강좌는 매주 화요일인데도 요즘은 시간만 나면 이렇게 모여 바느질을 한다니까요.” 지인들에게 나눠 줄 복주머니를 만들고 있다는 이형숙씨(55)의 말이다. 이에 질세라 그 옆에 앉아 있던 권희선씨(57)는 “우리 선조들은 그 옛날 새해 첫 돼지날이 되면 복주머니를 서로 나누며 복을 기원했다고 해요. 솜씨는 좀 부족해도 저희가 만든 복주머니가 얼마나 인기인지 모른답니다”라며 웃었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 규방공예 수강생들인 이들은 1년에 한두번씩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며 규방공예를 용인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올려놓은 주인공들이다. 규방(閨房)은 조선시대 양반집 여인들이 거처하던 방을 말한다. ‘규방공예’란 한복 등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조각을 바느질로 이어 붙여 보자기나 주머니·바늘집·버선 등을 만들어 내는 생활예술을 가리킨다. 이같이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규방공예가 확산되고 있는 데는 시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사 최명옥씨(48)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전국 처음으로 센터 내에 전통규방공예 강좌를 개설한 장본인이다. 그녀가 규방공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의 일이다. “마침 그해에 센터에서 ‘전통음식 전시회’가 열렸어요. 떡을 전시하며 좀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조각보를 떠올렸죠. 조각보의 은은한 멋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며 큰 환호를 받았어요.” 그 뒤 규방공예의 매력에 푹 빠져든 그녀는 오랫동안 한복을 만들어 오신 어머니 전정례씨(85)를 졸라 바느질 배우기에 나섰다. 또 전국 각지의 박물관과 고서점 등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서적을 모아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규방공예란 용어조차 생소한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리하여 2000년 용인시농기센터에서 처음 강좌를 열고 직접 강사로 나서게 된 것도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되살려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강의에 나서며 규방공예 관련 책도 3권이나 펴냈다. 이런 노력으로 규방공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불붙듯 퍼져 나갔다. 처음 15명으로 시작한 규방공예 수강생들이 지금은 용인에만 수백명이 넘고, 서울이나 경기 인근 다른 시에서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로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 잡은 것. “규방공예를 잊혀진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규방공예만큼 세밀하고 아름다운 생활예술분야가 없어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데다, 조금만 응용하면 얼마든지 실용적이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따라서 요즘에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생활소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규방공예가 새로운 취미로 각광 받고 있지요.”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한 바느질이 이제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게 돼 보람을 느낀다는 최명옥 지도사. “마음을 안정시키고 심신을 정화하는 데도 규방공예만큼 좋은 취미활동이 없다”는 그녀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언제까지 ‘규방공예 전도사’로 남고 싶다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