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산 농가를 강타한 구제역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구제역 대응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심각한 구제역을 겪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뼈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주목된다. 반면 구제역 발생이 잦은 중국·베트남 등은 미온적인 대책을 취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정연구속보 68권〉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구제역 방역조치를 살펴본다.
◆세계 구제역 발생 상황=지난 2010년에는 아시아 19개국, 유럽 2개국, 중남미 1개국, 아프리카 17개국 등 39개 국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표 참조〉했다.
아시아의 중국·태국·말레이시아·아프가니스탄·사우디아라비아·스리랑카·미얀마, 유럽의 터키, 남미의 에콰도르 등은 구제역 상시발생국으로 꼽힌다. 그 결과 세계 190여개 국가 가운데 구제역 청정국가는 비접종 청정국(유럽·북미대륙) 65개국과 백신접종 청정국 1개국(우루과이) 등 66개국에 불과하다.
◆구제역 대처방안은=이동제한·살처분·백신접종 등의 방법이 적용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상당수 국가들은 이동제한과 백신접종을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중국·대만과 유럽·북미지역은 살처분을 우선시하지만, 백신접종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 상시발생국가인 베트남 등은 이동제한 없이 백신만을 접종하거나 가축을 치료하고 있다.
◆유럽연합(EU)=유럽대륙은 구제역 상시발생지역인 중동·아프리카지역과 인접한 까닭에 1954년부터 살처분과 백신접종을 통한 지역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백신접종을 확대한 결과 1970년대 이후 대규모 발생이 줄어든 반면, 백신접종으로 인한 간헐적 발생이 일어났다.
이를 막기 위해 1985년 유럽의회 지침을 통해 구제역 발생지역 반경 3㎞를 보호구역, 3~10㎞를 감시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역정책을 수립한 결과 1990년대에는 구제역 백신접종 중단을 이뤄 내고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다 2001년 영국을 필두로 아일랜드·프랑스·네덜란드에 걸쳐 구제역이 확산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에서는 초동방역 실패로 400여만마리가 살처분됐고, 네덜란드는 발생지역 반경 2㎞를 대상으로 링백신 접종 후 살처분을 실시하는 정책이 실패해 전국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아픈 사례를 겪은 것. 그 결과 EU는 2003년 의회 지침을 일부 개정, 응급적 백신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영국=2001년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살처분을 고수하던 기존의 정책을 전환, 백신접종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해당되는 ‘구제역 비상계획’과 함께 2006년 백신접종을 통한 구제역 관리규칙을 제정, 백신접종을 실시할 상황과 적용지역, 대상축종, 실시기간, 농가 보상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영국은 백신접종지역 외에도 ‘백신접종 경계지역’(접종지역 반경 최소 10㎞ 이상)을 설정해 다른 지역으로의 가축 이동을 제한하고, 추가발생 또는 전파 상황을 추적·감시하도록 했다.
◆일본=일본은 발생 농가별 살처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백신접종 후 살처분을 실시했다(올 2~3월경 청정국 복귀 예상).
특히 일본은 구제역 피해 농가에 대한 총괄적인 경영재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시가 보상 외에도 백신접종 후 살처분된 가축에 대해서는 ▲살처분 장려금과 가축방역호조기금(한국의 가축공제에 해당) 경영지원 보조금과 같은 액수의 경영재개자금 지원 ▲백신접종부터 살처분 일수에 따른 사료비용을 가축 종류와 마릿수에 따라 지급하고 있는 것.
◆대만·중국=대만은 살처분과 링백신 사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1997년과 2009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자 전국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살처분은 발생 농장에 대해서만 이뤄지며, 차량·사람·동물에 대한 이동통제 역시 발생지 주변 1㎞에만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아닌 성(省)이 구제역 방역을 관장하고 소·돼지·양에 대해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중앙정부에 발생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