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언 피해요? 영하 8℃에서도 전혀 없었습니다.”
경기 광주에서 유기농 노지채소를 재배하는 김용구씨(63·오포읍 문형리)는 지난해 말 잇단 한파에도 채소가 언 피해를 받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배추·무를 지켜 낸 비결은 10월 말부터 2개월간 채소용 부직포로 소형 터널을 만들어 둔 것. 쇠활대로 폭 1m, 높이 40㎝ 정도의 아치형 터널을 만들고 채소용 부직포를 한겹 씌운 다음 활대의 양끝을 ㄷ자 모양의 핀과 쇠파이프 등으로 고정했다.
채소용 부직포는 채소 재배 전용으로 특수제작된 부직포로, 1㎡ 무게가 18~20g으로 일반 부직포보다 얇고 가벼우며 햇빛과 공기가 잘 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씨는 “부직포 소형 터널이 ‘미니 하우스’ 역할을 해 보온효과가 뛰어나다”며 “기온은 평균 15℃, 지온은 최대 5℃ 정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온도를 측정한 결과 바깥 기온이 13℃일 때 터널 내부는 36℃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기온이 영하 13℃까지 떨어진 날은 부직포 위에 투명비닐을 한겹 씌워 보온효과를 높였다.
김씨는 “부직포를 덮지 않고 키운 배추와 비교해 보니 키도 크고 속도 단단히 여물었다”며 “생육이 50%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직포는 통기성이 좋아 비닐과 같이 내부에 수증기가 맺혀 물이 떨어지는 일도 없고, 설치한 다음에도 부직포 위로 물이나 액비를 공급할 수 있다.
특히 노지 유기재배 때 해충이 큰 골칫거리였던 김씨에게 부직포는 선물과도 같았다. “매년 가을 메뚜기 피해가 어마어마했는데 올해 부직포로 터널을 만든 밭에는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아울러 “올봄에는 이 부직포 터널을 이용해 그동안 하우스에서 키우던 고추를 노지에서 재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직포 값이 다소 비싸고 터널을 만들 때 다른 자재가 필요한 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폭 1.6m, 길이 500m의 부직포 가격은 15만원으로, 이 부직포로 토지 10a(300평) 정도에 터널을 설치할 수 있다.
이재욱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연구관이 채소용 부직포의 효과에 대해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연구관은 “채소용 부직포 재배는 파종 후 1개월 안에 수확하는 등 생육이 빠른 잎채소에 특히 적당하다”며 “노지재배보다 지온은 2℃, 기온은 3℃ 높여 줘 서리와 저온 피해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배추·상추·열무 등 다양한 잎채소를 재배한 결과 무게는 최대 68%, 잎길이는 41%, 잎수는 38%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종 1주일 전에 토양살충제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벼룩잎벌레·배추좀나방 유충을 제거한 뒤 부직포를 씌워 해충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