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접종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접종 이후 농가들의 방역의식이 이전보다 느슨해질 수 있어 더욱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구제역 백신접종이 마무리된 지역의 일부 농가들은 백신을 ‘만병통치약’인 것으로 여기며 백신접종을 한 뒤 정작 방역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살처분을 한 일부 농가들은 별다른 통제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높다. 게다가 일부에서 살처분한 텅빈 농장을 무방비적으로 외부인이나 언론에 공개해 역시 방역 경각심 저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경북 안동에서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지 50일가량이 지났지만 구제역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농가들의 피로가 누적된 것도 방역태세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구제역 백신접종은 가축에 구제역 바이러스(항원)를 투입해 항체를 생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항체가 생성되기까지 소와 돼지는 각각 14일과 7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 가축이 구제역에 걸릴 수도 있다. 실제 최근 경기와 충청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을 맞았던 가축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나타나 살처분되기도 했다.
또 백신을 맞은 가축 가운데 항체가 형성되는 비율은 85% 정도로 아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가축이 구제역에 걸리면 구제역을 확산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97년 구제역이 발생했던 대만의 경우 백신접종 이후 농가들이 방역을 소흘히 한 탓에 백신접종 한달 만에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상상 이상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백신이 모든 바이러스를 잡는 퇴치약이 아니라는 것도 농가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다. 실제 최초 공급된 30만마리 물량의 백신은 구제역 바이러스 혈청형 7개 가운데 OㆍAㆍAsia1형에는 대비할 수 있지만, 최근 공급되고 있는 백신은 ‘O형’에 한정된 것으로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A형’과 ‘Asia1형’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구제역 차단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단방역을 계속적으로 강화하는 것 만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방역 전문가들은 구제역 백신접종을 했더라도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닌 만큼 평소와 다름없이 차단방역과 소독 등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동진 농협 축산컨설팅부 컨설팅방역팀장은 “백신접종을 한 가축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예찰활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며 “백신접종 후 4주까지는 차단방역 및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팀장은 이어 “구제역은 주로 사람들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농가끼리의 모임 및 위험지역 방문 금지도 꼭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