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한 인수공통전염병과 구제역 등 악성가축전염병에 대한 연구예산과 인력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가축에 모두 전염되는 질병으로, 국내에서는 광우병·인플루엔자·브루셀라·항생제내성균·광견병·결핵·간염바이러스·리슈만편모충·톡소플라즈마·뇌염·해충매개질병·큐열·식중독·라임병·웨스트나일열·대장균 O157 등 16종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본지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역원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예산은 2009년 37억2,800만원에서 지난해 78억2,6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75억2,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연구대상 축종 역시 소·돼지·닭 등 가축과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멧돼지·너구리·철새 등 야생동물 8개 부문에 걸쳐 있지만, 실제 연구인력은 12개 연구실 36명에 불과하다.
국내 축산업을 위기로 몰아 넣은 구제역에 대한 연구예산은 2009년 4억2,500만원에서 지난해 6억7,100만원, 올해 6억8,000만원 등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구제역 A형 및 Asia1형 항체진단키트 산업화 ▲구제역 바이러스 계통분석 ▲바이러스 증식억제제 평가·적용 ▲국내분리 구제역 바이러스의 축종별 병원성 연구 등 다양한 연구주제에도 불구하고 전담인력은 5명뿐이다.
이 때문에 검역원 관계자는 “단기간에 끝나는 연구가 아닌 상황에서 연구인력과 비용 등이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며 “1개 과제당 6,000만~2억원 정도의 연구가 대부분인데, 연구비 부족으로 진단키트 구입조차 버거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범정부적인 연구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펴낸 ‘2009 연감’에 따르면 2008년 정부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에 투입한 예산은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비만(483억원)·당뇨(680억원) 등에 비해서도 적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미국 동물질병연구센터가 2005년 570억원을 연구개발사업에 투자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올해 연구예산 역시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에 240억원 수준으로 1억원가량 증가한 데 그쳤고, 고위험군 바이러스 관련 연구에 필수적인 차폐시설을 갖춘 생물안전등급(Biosafety Level) 3등급 이상 시설 역시 전국 1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재난형 질병연구센터’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인수공통전염병 R&D협의회’를 구축해 농식품부·복지부·지경부·식약청·교과부 등의 협조를 이뤄 내고, 시급성·필요성 등에 중점을 둔 중장기 연구전략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