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축산재앙이 환경재앙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도내의 가축 매몰지 89곳을 정밀조사한 결과 61곳(69%)에서 붕괴·유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제역 발생 두달여 만에 살처분된 가축이 310만마리에 달하고 매몰지가 4,200곳을 넘어섰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된 가축은 500여만마리이며, 이로 인한 매몰지는 200곳 정도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마릿수를 매몰하다 보니 위치 선정을 잘못한 매몰지가 한두곳이 아닌 모양이다. 바이러스의 확산 차단에만 몰두하다가 하천변 등 피해야 할 곳에 가축들을 묻은 것이 잘못이다.
이들 매몰지는 봄철에 언 땅이 풀리면서 흙이 갑자기 무너지거나 큰비가 올 경우 붕괴·유실되는 등 최악의 사고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매몰지 주변 지하에 콘크리트 옹벽을 수m 깊이로 세우는 등 발 빠른 대처로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가축 사체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침출수가 나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우려가 있는 곳에는 정부가 긴급히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더 불거지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매몰지를 암반까지 깊게 파 내려가 특수재질의 물막이벽을 설치하는 공사도 할 필요가 있다.
예산을 아끼려다가 만에 하나 식수오염으로 주민의 건강 문제까지 초래된다면 그때의 사회적 혼란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가축 매몰지가 전례 없는 환경재앙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정부·지자체와 민간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 붕괴 위험이 커지는 봄철이 되기 전에 이 같은 조치가 완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