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으면 뭐해요. 세금으로 다 뜯기는데. 이래서는 재기할 수가 없어요.”
구제역으로 가축을 생매장한 축산 농가들이 거액의 세금 앞에 두번 울게 될 판국이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은 ‘소득’으로 분류돼 소득 증가 요인이 크지만 올해 재입식에 투입되는 비용(생산비)은 미미하기 때문에 내년 5월 내게 될 종합소득세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상 종합소득세는 소득에서 비용(생산비)을 제외한 금액을 대상으로 매겨지는데, 문제는 재입식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살처분을 한 양돈 농가의 경우 빨라야 5~6월 입식을 시작해 매월 차츰 사육마릿수를 늘려 가게 된다. 소득(보상금)은 일시에 발생하지만 올해 투입되는 비용이 그만큼 적어 종합소득세가 크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돼지 8,000마리를 살처분한 충남 당진의 한 농가를 예로 들면 이 농가는 올해 약 25억원으로 예상되는 보상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비용은 6월부터 입식을 시작해 12월까지 사료비·정액비·분뇨처리비 등으로 4억5,5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6억5,200만원의 종합소득세가 부과될 것으로 추산했다. 평소 3,000만여원을 납부하던 세금이 2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다 농장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내년 5월까지 후보돈 구입 등에 투자되는 총 26억8,000만원을 합하면 모두 33억3,2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결국, 보상금 25억원을 수령해 봐야 8억3,200만원이 새로운 부채로 남게 된다는 얘기다. 투자비에는 농가의 생활비·이자·감가상각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또 출하시까지 소득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후보돈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부채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만 대전충남양돈농협 조합장은 “구제역을 국가 재난으로 지정해 종합소득세 감면 내지는 유예 등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축산 농가의 재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