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발생 70여일 만에 소강상태를 보이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축산 생산기반이 붕괴 위협을 받고 있는데다 수급은 불안해지고 매몰지 오염이 나타나는 등 후유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예방접종으로 당분간 구제역 발생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구제역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생산기반 흔들, 수급불안 심각=작년 11월 말 시작된 구제역은 현재까지 9개 시·도 70개 시·군·구에서 발생했다. 지난 7일 부산에서 돼지 양성판정이 내려진 뒤 일주일째 의심신고가 없어 구제역 발생은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매몰처리되는 가축은 계속 늘고 있다. 14일 현재 구제역으로 매몰처분을 받은 가축은 331만7,792마리다. 소는 전체 335만2,000마리의 4.5%, 돼지는 988만1,000마리의 32%가 파묻혔다.
돼지는 곳곳에서 생산기반이 붕괴됐다. 강원지역은 이날까지 전체 55만6,344마리 가운데 69.8%인 38만8,820마리가 살처분 대상으로 분류됐다. 철원 95.8%, 횡성 91.4%, 원주 84.3%가 매몰됐다. 경기지역 역시 전체 228만1,000마리 가운데 72.4%인 165만1,668마리가 살처분으로 땅에 묻혔다. 양돈단지가 집중된 파주·연천·김포·이천지역 등은 양돈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종돈장 피해도 심각하다. 한국종돈업경영인회에 따르면 14일 현재 전국 종돈장과 돼지 인공수정(AI)센터 41곳에서 26만5,602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젖소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체 사육마릿수의 7%가 넘는 3만4,000여마리가 묻혔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착유우로 알려지면서 우유생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처럼 돼지와 젖소의 생산기반이 급격히 위축된데다 이동제한마저 걸린 상태여서 값이 오르는 등 수급불안도 나타나고 있다.
◆매몰지 2차 오염, 주민 생활고=강추위 속에 가축 매몰작업이 이뤄지고 한꺼번에 작업이 몰리면서 매몰지 부실화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곳곳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2차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한강 상류지역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를 조사한 결과 32곳 가운데 16곳에서 침출수 용출과 붕괴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부처 합동으로 전국의 매몰지 4,40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보완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매몰지 인근 마을들은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사는 경기 양주의 김종수씨(51)는 “시에서 매몰 직후 지하수를 먹는 마을에 상수도를 보급해 준다고 하더니 석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시에 문의하니 엊그제 서류가 완료됐다고 한다”면서 “이제 실제조사다 뭐다 또 거치면 빨라야 3~4월에나 수돗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가축을 땅에 묻은 축산 농가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 생활고를 걱정하는 농가도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