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만은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터지고 나니 허탈할 뿐입니다.”
11일 찾은 전국 최대의 축산지역인 충남 홍성은 지난 1일 발생한 구제역으로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더구나 구제역 최초발생 이후 두달여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쓴 와중에서도 구제역 유입을 성공적으로 막아 왔던 노력이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자 축산 농가들과 공무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 전체적으로도 ‘마지막 보루’이자 가장 중요한 축산지역인 홍성이 뚫리면서 ‘사실상 충남 전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며 축산업 기반 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11일 현재 홍성에서는 7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22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이에 따른 살처분마릿수만 1만6,302마리(21농가)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0년 4월 발생했던 구제역 때 1,860여마리를 살처분했던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피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방역에 기울인 노력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깝다”며 “다만 백신효과 때문인지 의심신고를 한 농장의 경우 증상을 보이는 돼지가 수마리에 그치고 있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밝혔다.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인근 보령지역에서의 구제역 발생으로 이미 많은 농가가 이동제한 조치를 받아왔던데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군의 전 축산 농가들이 이동제한에 걸렸기 때문이다. 출하 지연과 이에 따른 사료비 증가, 사육공간 부족문제 등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재형 대한양돈협회 홍성군지부장은 “무엇보다 사육공간 부족문제가 가장 큰 애로”라며 “심지어 분만실이 부족해 임신사에서 분만을 하는 농가도 있을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6일부터 수매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이를 대폭 늘려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평소 홍성에서는 하루 3,000마리 정도가 출하됐는데 현재 수매물량은 하루평균 1,000여마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양돈 농가는 “출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금회전이 되지 않고, 이에 따라 사료비 등을 갚지 못하고 있다”며 “수매마릿수를 대폭 늘리고 백신 2차 접종 시기도 앞당겨 달라”고 촉구했다.
홍성군은 18개소이던 방역초소를 26개소로 긴급히 늘리는 등 구제역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