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가격에 틈새시장 공략땐 소비자 호응얻을 것”
사과·배 등 과일류의 브랜드가 지나치게 ‘프리미엄급’ 위주로만 이뤄져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라도 저품위 과일에 대한 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이상기후 영향으로 전체적인 과일의 품위가 하락할 경우 현재의 브랜드 전략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장개방 등에 대비한 과일 브랜드화가 활발히 추진돼 현재 전국에는 사과 170여개, 배 270여개 등 모두 880여개의 브랜드가 상품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는 각 경영체마다 고유의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선별과정을 거쳐 출하하고 있으며, 비 브랜드 제품에 비해 최소 10~20%가량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와 같이 개화기 저온에 의한 냉해 피해를 입은데다 여름철 일조량 부족, 수확을 앞둔 시기엔 태풍 등으로 과일 품위가 심각하게 손상됐을 경우다. 지난해 1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과일관측을 통해 사과와 배의 상품 비율이 전년에 비해 각각 2.6%포인트, 10%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과일의 당도와 색택도 2009년에 비해 크게 하락해 상품성을 갖춘 과일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기존의 브랜드로 출하할 사과·배 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당수 브랜드 경영체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기 보다는 예년과 똑같이 출하활동을 한 나머지 과일 브랜드가 ‘가격만 비싸고 맛은 없다’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심한 불만을 야기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유통업체의 구매 담당자는 “지난 설 대목때 거의 모든 브랜드 과일이 품위가 떨어진 것을 만회할 요량으로 포장 등에만 신경을 써 고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일정기준의 품위에 도달하지 못한 과일은 브랜드로 출하하는 것을 자제했어야 하는데, 이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유통업계에선 최상품 위주로만 세워진 과일의 브랜드 전략을 바꿔 품위 정도에 따라 세분화하는 등 저품위 과일에 대해서도 그에 걸맞은 기준을 정해 브랜드화를 추진한다면 시장에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청룡 농협중앙회 도매사업단장은 “시중에 유통중인 과일 브랜드 가운데는 ‘프리미엄’을 강조하기 위해 품질보다는 지나친 과대포장 등으로 가격 거품만 부풀린 경우가 많다”며 “품위가 다소 떨어지는 과일은 그에 걸맞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적절한 가격에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환영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