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여파로 국내산 육류 공급량이 줄면서 쇠고기 및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가격도 상당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7년 만에 월간 수입량 1만t을 넘어서는 등 구제역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쇠고기 수입량은 2만7,393t으로 집계됐다. 이는 구제역 발생 직전인 2010년 11월의 2만3,109t에 견줘 18.5%, 1년 전의 2만2,557t에 비해서는 21.4%나 많은 양이다. 또 2003년 10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수입가격도 뛰었다. 1㎏당 수입가격은 2010년 1월 3.74달러에서 올 1월에는 4.84달러로 30% 가까이 올랐다. 반면 16일 현재 한우고기 100g의 소비자가격은 5,894원으로 구제역 발생 직전인 11월의 7,267원에 견줘 19%, 1년 전의 7,620원에 비해서는 23%나 떨어졌다. 한우와 수입쇠고기 가격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수입쇠고기 신장세는 미국산이 이끌고 있다. 구제역 발생 직전까지 월평균 7,000t가량 수입되던 미국산 쇠고기는 올 1월 1만1,437t을 기록, 호주산 1만3,197t에 근접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호주를 밀어내고 한국 수입쇠고기시장에서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고기 수입 증가세도 심상찮다. 지난달 돼지고기 수입량은 3만4,091t으로 종전 최고기록인 2008년 3월의 3만3,667t을 2년 10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2008년 32만3,598t에 달했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그해 12월 음식점의 원산지표시 대상에 돼지고기가 포함되면서 2009년 29만4,935t, 2010년 28만9,210t 등 꾸준히 감소해 왔었다. 이에 따라 구제역이 원산지표시에 따른 국내산 우위 효과를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돼지고기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현재 320만마리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국내산 공급이 달리는데다 정부가 2월부터 한시적으로 돼지고기 관세(25%)를 없앴기 때문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대형 유통업체다. ㄱ마트는 미국산 냉장 삼겹살과 프랑스산 냉동 삼겹살 물량을 3배가량 늘렸다. 이곳에서 팔리는 돼지고기는 국내산에 비해 25~56% 싸다. ㄴ마트는 다음달부터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과 목살을 100g당 각각 1,080원 및 980원에 팔기로 했다. 이는 국내산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다.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날씨가 풀리고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면 수입육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