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랙터에는 에너지 소비효율(연비)이 몇등급인지 표시돼 있지 않죠?”
자동차를 비롯해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는 해당 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등급표시가 부착돼 있다. 정부의 효율관리기자재 운영규정 등에 따라 의무화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농업용 난방기·트랙터·건조기 등 농기계에도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등급제 도입이 많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선 농기계 제조업체가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농업인은 소비효율이 높은 농기계를 선택해 사용함으로써 연료비 절약과 생산비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연간 200만㎘에 달하는 면세유를 사용하는 농기계에 대한 소비효율 관리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된 기후변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억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농업계 인사는 “정부가 농업용 난방기에 대한 시간계측기 부착 등 면세유 사용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는 부정사용 방지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 정책”이라며 “근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농기계가 개발돼 보급될 수 있도록 등급표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동안 기름값이 크게 오를 때마다 일부에서 등급표시제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2005년부터 2년간 온풍난방기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5등급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또 서울대는 2009년 트랙터의 연료 소비량 예측식과 통합 연료 소비율 지표를 개발해 143대의 모델을 대상으로 연료 소비효율이 상위 15%인 트랙터를 1등급으로 하는 등의 등급화 모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관심 부족 등으로 현실에 적용되지 못하고 사장돼 왔다. 그러면서도 농업계가 기본적으로 고효율의 연료 절약형 농기계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면세유에만 의존한다는 비난을 적지 않게 받아 오곤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대와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공동으로 난방기·트랙터·건조기를 대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를 준비중인 김경욱 서울대 교수는 “최근 스페인이 트랙터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화를 실시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프랑스도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맞는 농기계 녹색등급화 기술 및 제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저: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