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매몰 당시 너무 원칙대로 한다고 동료들로부터 원망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지금 매몰지 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2월28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 구제역 매몰지 현장. 지난해 12월 한우 70여마리가 묻힌 매몰지는 전날 50㎜의 비가 내렸는데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장무환 군 환경관리과장은 “정부의 긴급행동지침 가운데 일부 규정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예천군만의 차별화된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매몰 당시 춥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자체 규정을 지키기 위해 환경관리과 직원들이 현장감독을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2차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뚜껑이 달린 원통형 저류조에 담기도록 했다. 또 땅속 사체와 저류조로 연결된 배출관에는 상단에 개폐식 뚜껑을 만들어 수시로 매몰지 내부에 친환경 미생물제를 넣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악취를 줄이기 위해 배기관 상단에도 필터를 만들고 활성탄을 넣어 탈취 효과를 높였다.
예천군의 이 같은 차별화된 매몰지 관리는 최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제역 대책 영상회의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예천군은 우선 한 매몰지에 소는 100마리, 돼지는 500마리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 농장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 소유의 땅에 매몰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매몰지는 하천 등과 10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했다. 특히 매몰지 내부에는 0.1㎜ 두께의 비닐을 두겹씩 깔았다. 사체의 악취를 줄이고 분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배양한 친환경미생물제(바실러스균·유산균·효모 등 5종 혼합)를 매몰지 한곳당 330ℓ씩 3회에 걸쳐 뿌렸다.
권영덕 환경관리과 담당은 “매몰지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살처분까지는 산림축산과에서 맡고, 매몰 과정부터는 환경관리과로 일원화했다”면서 “현재도 전 매몰지별로 책임 공무원이 배정돼 매일 나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지난해 12월5일 구제역이 발생해 한우 3,436마리, 돼지 3만48마리 등 모두 3만3,705마리의 가축을 109곳에 매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