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배추의 상품성 저하 불똥이 김치가공공장으로 튀고 있다. 작황 저조로 원물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인데다 상품성까지 떨어지자 수율이 제대로 안 나와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가공공장들은 최근 낮아진 배추수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월동배추로 김치를 담글 때 평균수율은 50~6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0~4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월동배추의 품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버리는 물량이 많아진데다 사용 가능한 배추도 언 피해로 감모율이 늘면서 전반적인 수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수율이 하락하면서 배추 부산물 쓰레기 배출량은 늘어났다. 김치가공공장에 따라 상황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원물의 10%가량 쓰레기로 나오던 것이 최근에는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결국 동일물량의 김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배추물량이 늘어나게 됐고, 원물구매 비용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버리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처리 비용도 증가했다.
비용 상승은 인건비에서도 나타났다. 품위가 나쁜 배추를 선별하고 겉잎을 제거하는 데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 평소보다 겉잎을 더 많이 제거한 배추는 크기가 줄어들면서 버무리는 데 잔손이 많이 들고 있다. 결국 1인당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인건비는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 김치가공공장의 경우 배추수율 하락으로 하루 생산성이 20%나 떨어졌고, 이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하루 손실만 130만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김치가공공장은 늘어난 원물구매 비용에 쓰레기 처리 비용, 낮아진 생산성으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 등으로 이중·삼중의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추 상태로 저장하기보다는 김치로 가공한 뒤 저장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조차도 만만치 않다. 공장마다 생산 가능한 최대 물량이 정해져 있어 저장을 위해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것이 수월치 않고, 김치로 가공했다 해도 저장기간이 최대 20여일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장김치 소비가 끝나는 3월 말이나 4월 초는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여서 김치가공공장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생산여건에서는 김치를 팔수록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치생산업체인 이지식품의 김갑출 회장은 “악화된 원물공급 상황은 4월 중순 하우스 배추가 출하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 상태에서 포장김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업체 입장에서는 차라리 김치가 팔리지 않기를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