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심한 언 피해를 봤던 복숭아나무의 수세가 회복되기도 전에 올 1월 한파로 꽃눈이 제대로 달리지 않는 등 과수 언 피해가 재연될 조짐이다.
10일 복숭아 주산지인 충북 음성과 경기 이천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붉은 가지가 새로 돋아나는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뱉어 냈다.
충북 음성에서 9,000㎡(2,700여평)의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광식씨(63·감곡면)는 “지난해 겨울 복숭아나무 350그루 가운데 120그루에서 언 피해를 봤다”며 “올겨울에는 나무 아랫기둥을 볏짚으로 모두 감싸 놓았으나 새로 돋아난 붉은 가지에 생기가 없어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이천의 복숭아 농가 김명순씨(50·장호원읍)도 “올겨울에도 추운 날이 많아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1월에는 복숭아 언 피해 한계온도(영하 20℃) 이하로 떨어진 날이 2일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어 언 피해 발생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영하 15℃ 이하인 날이 올해는 15일로 지난해의 9일보다 6일이나 더 늘어 상대적으로 저온에 자주 노출돼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농가들의 지적이다.
손준호 경기동부과수농협 지도과장은 “붉은 가지는 많이 나왔지만 꽃눈이 제대로 달리지 않아 수확철에 고사하는 나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피해 복구 지원책은 재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언 피해로 복숭아나무 대부분이 말라 죽었다는 감곡면의 한 농가는 “지난해 신생 묘목을 심어 놓았지만 제대로 수확하기까지는 5~6년이 걸려 정부 지원책이 없으면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순씨는 “지난해 언 피해로 200만원을 받았는데, 고사한 나무를 뽑아내기 위한 굴착기 사용료를 대기도 어렵다”며 “과수 농가에 대한 지원은 축산 농가 등에 비해 인색한 것 같다”며 정부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김윤구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 차장은 “지난해 이천지역은 언 피해로 복숭아 생산량이 40%가량 줄었는데 올해 또 언 피해가 이어져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