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고유가 행진이 그칠 줄 모르는 가운데 올 들어 면세유값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어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는 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이 배럴당 112.79달러를 기록해 이틀 연속 110달러대를 넘어 2008년 9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유가는 정유사들이 7일부터 1ℓ당 100원 할인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특히 면세유(경유 기준)는 지난해 12월1일 1ℓ당 890원에서 1월1일 950원, 2월1일 965원, 3월1일 1,019원, 4월1일 1,127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경유나 등유로 난방을 해야 하는 화훼·열매채소류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막 영농 준비를 시작한 경종 농가도 영향권에 들어 농가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3,690㎡(약 1,200평)의 피망 농사를 짓는 정원호씨(63)는 “정유사에서 1ℓ당 100원가량 기름값을 내린다고 해서 면세유값도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더는 농사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탁기호 한국화훼농협 절화작목회장(50)은 “난방용 면세유값이 1ℓ당 800원 이상이면 꽃 농사를 지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작목회 회원 가운데 농사를 포기하려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정남면에서 9만9,000㎡(3만평) 벼농사를 지으며 동네 어르신들의 논 33만㎡(10만평)가량의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는 박해정씨(53)는 “면세유값이 너무 올라 올해 농작업 대행료를 20~30원 올릴 예정이지만 작업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올해는 농작업 대행면적을 크게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국제 원유가격 급등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로 급등하면 경영비는 최고 19.4% 늘고, 농가소득은 최고 17.6%까지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농협경제연구소는 고유가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농업생산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유가 환급금 제도의 재도입, 면세유 농기계 확대 같은 정책으로 농가 경영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농가들의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탁기호 회장은 “농업용 난방 지원을 면세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빛을 보완하고 난방 보조효과도 큰 나트륨등(燈)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 선택폭을 넓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