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대파 등 일부 채소류의 산지와 소비지 가격이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소비지 가격이 산지 가격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하되고 있는 하우스배추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3포기 한망당 평균 2,000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이 배추는 지난해 12월 이후 660㎡(200평)에 250만~300만원에 거래됐었다. 작황이 평년작일 때 3.3㎡(1평)당 9포기가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기당 가격은 1,400~1,700원으로, 한망당 순수한 원물 가격만 4,200~5,100원이다. 작업비와 운송비 등을 합하면 산지 가격이 소비지에 비해 세배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대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출하가 막 시작된 하우스대파는 지난 3월까지 500㎡(150평)에 250만~3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1㎏ 한단에 800~950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하지만 최근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파 가격은 1㎏ 한단에 7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원물 가격만으로도 산지 가격이 소비지에 비해 100원 이상 비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밭떼기거래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산지 밭떼기거래는 대개 정식 직후 혹은 생육 초기에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빠른 경우는 정식이 이뤄지기 전부터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산지 가격이 결정되는 시점과 수확·출하가 이뤄지는 시점간에 한두달 간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막상 출하기에는 산지 가격이 소비지 시장의 가격 동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최근과 같은 가격역전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한 산지 관계자는 “지금 구조 속에선 산지 유통이 ‘도박’과 같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예측의 정확성을 강화하고 계약재배 관행을 개선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