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효과 ‘글쎄’=경기 원당에서 꽃을 재배하는 윤모씨는 “지난달 말에 1ℓ당 1,150원에 면세 경유를 구입했는데 아직도 가격은 그대로”라며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효과를 거의 느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www.opinet.or.kr)에 따르면 4월 둘째주(11~14일 평균)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와 경유가 1ℓ당 23.3원, 14.9원 내렸다. 한국석유공사는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에 따른 가격 하락요인과 최근 국제 유가 강세에 따른 상승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11일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이 1ℓ당 평균 1943.65원(SK의 할인가를 반영하면 1910.9원)으로 27.27원까지 하락했지만 13일에는 1944.77원으로 1.12원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소시모는 “11일 대비 정유사 직영 및 자영주유소들이 1ℓ당 평균 21.55원을 인상한 것이 원인이었다”며 “주유소들이 정유사가 소비자에게 약속한 100원 인하를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유사들이 떠들썩하게 1ℓ당 100원 할인을 홍보했지만 농업인 등 소비자들의 체감도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마다 값 달라=이번 기름값 인하방식은 정유사별로 조금 차이가 난다. SK에너지는 판매가격을 낮추지 않고 사후할인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20일부터 모든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카드대금 청구시 1ℓ당 100원을 할인해 준다. 현금은 OK캐쉬백 카드에 100원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농협 유류 담당자는 “면세유는 체크카드 형태인 면세유류 구입카드로 결제되는데 SK에너의 경우 면세유에도 100원 할인혜택이 적용되며 구체적 할인방법은 조만간 확정해 통보해 주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정유사는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유소가 가격결정권을 갖게 되므로 면세유 가격도 차이가 나게 된다. 즉 개별 주유소들이 할인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공급 받은 재고기름을 싸게 팔면 손해라며 가격 인하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면세유 가격은 변화가 없게 된다. 또 가격을 내린다 해도 인하폭이 주유소별로 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체감효과가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지만 정부나 정유사가 주유소의 가격 책정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3개월 뒤에는=경기지역의 한 농협
실제로 3월 넷째주 1배럴당 119.64달러였던 국제 휘발유값은 4월 둘째주 127.35달러로 크게 올랐다. 국제 경유값도 같은 기간 1배럴당 6.84달러가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안정되지 못하면 할인공급기간에도 정유사들의 공급가는 다시 상승하게 된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7월6일까지 한시적이기 때문에 이후 기름값을 환원하면 판매가격이 급격히 오르게 돼 상대적으로 인상폭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기름값 영향으로 영농비 부담이 커지는 농업인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