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농산물값이 심상찮다.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대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4월 들어 배추 같은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이제 막 출하를 시작한 조생양파값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고, 봄배추도 아주 낮은 값에 거래되는 등 채소류 전반이 ‘동반 하락장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가들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줄줄이 큰 폭 하락세=채소값 하락세는 배추가 이끌고 있다. 22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값은 10㎏ 상품은 5,361원으로 월 초인 1일의 8,304원 보다 35.4%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때의 1만2,986원에 견주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또 3월 한달 평균가격인 9,732원에 비해서도 32.3%나 낮은 값이다.
양파도 비슷하다. 이날 가락시장에서는 1㎏ 상품이 588원에 거래돼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년 같은 때의 2,066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시세 약세는 채소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내놓은 ‘청과류 전월 대비 하락품목’ 자료를 보면, 1~20위까지 모두 채소류가 차지했다. 풋고추 10㎏들이 하품의 4월 평균가격이 1만4,866원으로 3월 평균가격 4만1,825원보다 64.5% 떨어지면서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얼갈이배추, 청양고추, 봄동, 청피망, 주키니호박, 셀러리 등 20위 적환무까지 전달에 비해 하락률이 50%를 넘어섰다. 이들 품목은 값이 3월에 비해 모두 반토막 났다는 얘기다.
◆전망도 어두워=문제는 값 전망도 어둡다는 데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배추·무 4월 속보를 통해 “시설 봄배추는 생산량이 작년보다 61%, 평년보다 70%나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순 시설 봄배추값은 10㎏ 상품이 3,200원으로 지난해보다 72%, 평년보다 59% 낮게 형성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파값도 저장양파와 햇양파 출하가 겹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농가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조원식씨(38·전남 나주시 산포면)는 “4,950㎡(1,500평) 하우스에 봄배추를 심어 계약금만 받고 밭떼기로 팔았으나 값이 너무 낮게 형성되자 산지유통인이 나타나질 않아 방치해 둔 상태”라며 “잔금도 못 받고 이어짓기로 수박을 심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해 일년농사를 망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 상황마저 밝지 않다. 산지 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나 소매값은 잘 내리지 않고 있는데다 다른 분야 물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어 소비심리도 잘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양파 재고물량과 조생종 출하가겹치면서 산지 가격 하락을 야기하고 있고,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중만생종 출하가 본격화되는 5월 중순 이후 더 큰 가격 폭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값 폭락을 사전에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장배추를 김치로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안과 같은 채소 가격 안정 대책을 검토중”이라며 “이달 안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