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내산 신선농산물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방사능 물질에 대한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번져 제철농산물보다는 일본 원전사고 이전에 생산한 저장농산물을 선호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까지 빚어져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봄 수확한 시금치·양파·오이·호박·풋고추·상추 등 전반적으로 신선농산물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전국 도매시장 평균 경락값을 보면 풋고추(상품 10㎏)가 2만8,800원으로, 1년 전(6만1,200원) 값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시금치값도 지난해 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서울의 주요 대형 매장에서도 이날 판매된 채소류 소비자 가격이 시금치(100g)는 193~226원, 애호박(1개)은 880~1,180원, 상추(100g)는 430~65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올봄 제철농산물값이 낮은 것은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지나치게 확산되면서 농산물에 대한 소비를 위축시킨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중계점의 신선식품 담당자는 “일본 원전사고 발생 이후 일부 지방에서 재배된 시금치와 상추 등에서 극미량이지만 요오드·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시금치와 상추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전반적으로 제철 채소가 잘 안 팔린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경동시장에서 만난 주부 유복선씨(45·서울 성동구)는 “김장김치가 다 떨어져 새 김치를 담그려고 나왔는데, 혹시 방사능에 오염된 채소가 있을까봐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며 “솔직히 가정주부 입장에서는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장채소에 더 관심이 간다”고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는 지난해 수확해 저장해 둔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부 쇼핑몰들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극미량에 불과한데도 국민들이 제철농산물 소비를 꺼릴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농업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며 국민들이 방사능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홍보와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정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현재 측정된 방사성 물질 농도와 방사선량은 맑은 날 등산을 하며 받는 자연상태에서의 방사선보다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방사성 물질은 식물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재배한 채소류는 물로 잘 씻어 내는 것 만으로도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