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6월 농기계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농기계 등록·면허제 도입과 품질보증체계 구축 등을 핵심으로 하는 ‘농업기계 관리제도’ 도입방안을 놓고 농기계업계에서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보완작업의 일환으로 연구용역이 진행중인데 얼마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기계 관리제 왜 나왔나=그동안 농기계는 공급 위주의 정책 추진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미흡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등록제도가 없어 고가의 농기계라도 저당권 설정이 불가능해 재산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에 설치된 ‘농기계산업 선진화 추진단’은 지난해 트랙터·승용이앙기·콤바인 등 주요 기종에 대한 세부 시행안을 제시했다. 농업기계를 행정관청에 등록하는 것을 비롯해 운전면허제와 보험제도 도입, 폐농기계 처리장을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여기에 자동차처럼 농기계도 인증제도를 강화하고 사후관리제와 제작 결함 시정(리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 같은 내용을 시행할 수 있도록 현행 ‘농업기계화촉진법’을 ‘농업기계관리법(가칭)’으로 전부개정해 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실성 떨어진다” 반발=이 방안이 발표되면서 농기계업계의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취·등록세를 면제하더라도 누가 등록업무를 담당할 것인가, 면허증이 없으면 농기계를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냐, 농업인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 리콜제는 불가능하다” 등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관리제 도입으로 비용이나 업무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반박이 제기되곤 했다.
최근에는 농기계 관리제가 오히려 행정편의적인 강제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규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전문위원(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은 “이번 방안에는 상식에 어긋난, 발상 자체가 틀린 내용이 많다”며 “등록·면허제 도입이 아니라 농업기계의 범위를 확대하고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공급체계 구축, 공동이용 촉진 등이 관리제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업기계화촉진법을 개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작 이외에 밭작물·원예·축산부문 등의 기계화를 어떻게 앞당기고 고효율·저비용 기계 개발을 촉진할 것인가 등의 내용이 선진화 방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대 형성 가능할까=농식품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시행방안 보완을 위해 지난 3월 관련 전문기관 2곳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한곳은 이달 말에, 다른 곳은 6월 말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모두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관점에서 당초 도입 취지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안을 보고서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농기계를 담보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면허증을 교육필증으로 대체하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리콜제는 도입을 연기하는 내용을 예로 들었다.
김규욱 농식품부 농산경영과 사무관은 “농기계 관리제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이해당사자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