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유값 상승에다 소비 감소와 가격 폭락으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과 경남지역 시설재배 농가들은 최근 경남도청에서 특단의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하우스용 필름·파이프 가격마저 잇따라 인상되면서 시설재배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농협은 최근 하우스용 필름을 계통공급하는 14개 업체와 가격을 평균 6.5% 인상키로 결정했다. 품목별로 인상률이 약간씩 다른데, 일반흑색필름은 9%, 장수보온필름은 7%, 기능성필름은 5% 올랐다.
예를 들면 1㎏당 일반흑색은 3,120원에서 3,400원, 장수보온은 4,410원에서 4,720원, 기능성인 삼중EVA는 4,940원에서 5,190원으로 오른 셈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필름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14~22% 정도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자체 조사 결과 15% 정도 인상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농가의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4월 말에는 농업용 파이프 가격이 평균 14.4% 인상됐다. 포스코가 주요 철강재 가격을 1t당 16만원 올린 탓이다. 농가의 수요가 가장 많은 외경 25.4㎜ 파이프는 1m당 두께 1.2㎜가 1,086원에서 1,280원, 1.5㎜가 1,342원에서 1,590원, 1.7㎜가 1,488원에서 1,7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파이프 가격 인상 이야기가 2월부터 나오면서 미리 파이프를 구입하려는 농가의 가수요가 일어나 업체와 마찰이 발생할 정도였다.
농가들은 주로 5~8월에 하우스용 필름을, 파이프는 3~5월 사이에 주문해야 하는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소득이 크게 준데다 자재비마저 올라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농가는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업체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비는 자꾸 오르는데 가격은 뒷걸음질치니 이대로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