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소비지유통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농산물 공급과 계통마트 신설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일반 소매점포들을 네트워킹해 도매사업을 강화하는데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계통마트의 통합구매 확대를 기반으로 중소슈퍼마켓·외식사업체·단체급식장 등 다양한 소비지업체들을 엮어서 농협을 통한 통합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소비지에서 농협의 농산물 취급량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 소비지유통본부의 유통활성화 계획을 들여다본다.
농협 소비지유통본부가 소비지유통 강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사업량 확대로 농산물 소비지유통 점유율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농산물 공급 네트워킹으로 도매유통 활성화와 통합구매를 통한 소매유통 힘 키우기가 핵심이다.
도매유통 활성화를 위한 공급 네트워킹은 농협의 농산물 공급망 체계 속에 기존의 소매업체들을 포함시켜 판매선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농협의 도매사업은 하나로클럽 등 소비지의 계통마트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계통마트의 신규 출점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계통마트 공급만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외마케팅부를 통한 대형 유통업체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농협의 도매유통 점유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농협이 빼어 든 카드가 계통마트 외의 기존 소매업체 네트워킹이다. 농산물 판매의 최일선에 있는 업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뒤 농협이 공급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편의점이나 중소마트 등 자체적인 농산물 공급망을 갖추지 않은 소매업체들을 농협 공급망 속으로 끌여들여 통합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제주 나들가게 농산물 공급, 올 5월 출발한 패밀리마트 농산물 공급 등이 그 사례다. 외식업체나 단체급식장도 네트워킹의 대상이다. 대외마케팅부를 통한 대형 유통업체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적인 네트워킹도 시도한다. 공판장과 도매사업단 등 그동안 독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오던 도매사업 주체들을 사업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가락공판장과 도매사업단이 식자재 공급을 위해 맺은 업무제휴가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소매유통 강화는 통합구매 확대를 통해 추진한다. 전국의 하나로마트에 공급되는 농산물을 통합구매하게 되면 소매시장에서의 농산물 판매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시장 장악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농협은 구매력 확대로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산물 소매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품 표준화를 통해 하나로마트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구매업무를 통합해 지난해 기준 10.7%에 불과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의 농산물 통합구매 비율을 2017년에는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식자재전문매장의 전략적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로서 농협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식자재전문매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마케팅·전용상품 개발 등을 통해 식자재사업 규모를 유통센터 매출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점포 신설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안에 전국에 대형 유통센터 8개와 중소형 마트 6개를 신설해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과점을 견제하고 농산물의 적정가격 판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목표다.
이강을 상무는 “농협을 중심으로 계통마트는 물론 일반 소매유통업체들까지 그물망처럼 연결해서 농협이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점포 신설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농협의 소비지유통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