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값 낮추기를 밀어붙이고 있어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농산물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띠고 있음은 물가 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5월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안정, 국제유가·원자재가격 하향 압력 등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주요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세가 전월에 이어 지속됐다”고 밝혔다.
또 23일 물가안정 대책회의에서도 “채소류는 가격 안정세가 여름철까지 지속되고 양념류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전망”이라며 “참외·수박값이 평년보다 다소 높으나 전년보다는 10~30%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농수산물의 가격 하락은 물가안정과 서민생계비 완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나 가격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을 감안 농업관측을 확대하고, 정부 비축과 계약재배도 확대하겠다”며 농산물값 하락의 문제점과 대책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쌀·콩을 포함한 9개 특별관리품목(돼지고기·계란·고등어·오징어·참외·수박·딸기)에 대해서는 더욱 집중적으로 수급 및 가격안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는 등 물가안정 고삐를 죄기로 했다.
쌀은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공매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 나가고 2009년산 수요를 촉진시킨다는 방침이다. 수박·참외는 지속적으로 가격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돼지고기는 당분간 수급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도 관세를 인하하거나 수입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대한양돈협회는 “사상 최악의 구제역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으로 만신창이가 된 양돈 농가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입육으로 국내 돼지고기시장을 대체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이 우리 양돈업을 죽이고 있다”며 “무관세 수입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는 “정부가 쌀과 여름철 수요가 큰 돼지고기, 참외·수박 등 9개 품목을 특별점검대상으로 정하고 인위적으로 농산물값을 억제·폭락시키는 것은 330만 농업인을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무책임하고도 몰염치한 처사”라며 물가관리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곽길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최근 농촌에서는 배추와 양파값이 폭락해 배추밭을 갈아엎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앞세워 농산물 물가 잡기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최근 쌀값도 급등이라기보다는 지난 2년 동안 폭락했던 것을 회복하는 추세인 만큼 농산물값 폭락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