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마늘과 고추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
농가의 주요 소득작물이자 가정의 가장 기초적인 양념채소이면서도 수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정 문제가 계속되는 마늘과 건고추의 폐쇄적인 유통구조 난맥상을 풀어낼 해법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늘과 고추는 소수 산지 수집반출상 및 도매시장 중도매인에게 시장지배력이 집중된 독과점체제로 인해 가격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유통의 경쟁요소 강화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마늘의 경우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물량이 4만~5만t(2009년 4만4,387t)으로 전체 생산량 중 비중이 10~15%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상장예외로 거래되고 있다.
대표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2009년 기준으로 마늘 상장예외 거래비중이 전체의 83%에 달했으며, 마늘 취급 중도매인 50명 중 전문취급상인 21명이 전체 거래액의 64%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취급방식도 산지의 고정된 산지유통인과 저장업자·깐마늘가공업자와의 폐쇄적인 거래관계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고추도 마늘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락시장 건고추 취급량은 생산량의 1.3%에 불과하며, 도매시장 중도매인이 산지 수집반출상에게 직접 매입하거나 위탁 받아 판매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률 농경연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산지와 도매시장 중도매인간 폐쇄적인 거래관계 및 위탁거래, 수의매매 중심의 오랜 유통 관행이 고착화돼 농가와 출하조직들의 도매시장 접근에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마늘과 건고추는 가격결정의 투명성이 결여돼 불공정거래의 원인이 되고 있고, 소수 중도매인에 의해 시장이 좌우돼 가격 왜곡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거세다. 따라서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공개경쟁시장 유도와 함께 생산자(조직)의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최병옥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산지유통에서 농협의 역할이 우선 중요하다”며 “마늘의 경우 민간 저장·가공·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출하물량에 대한 취급비중, 특히 소비가 증가하는 깐마늘 가공판매에 집중하고 조합간 연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도 대책을 고심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경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는 8~9월경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늘·건고추시장은 여러 관련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앞으로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