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인 노각(늙은오이)이 제철을 맞아 출하가 한창이다. 전국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노각 최대 주산지인 충남 부여군 임천면의 70여농가들은 다다기오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4월20일경부터 노각 생산에 들어가 7월까지 1,500여t을 출하한다.
오이를 수확하지 않고 놔두면 ‘늙어 버려’ 만들어지는 노각은 일반 다다기오이에 비해 비타민C 및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과즙이 많아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다만 아직 젊은층 등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소비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 노각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 그동안 이 지역 농가들은 재배 기술 확립 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최고 품질의 노각을 생산하고 있다. 소득도 다른 지역 일반 오이농가보다 더 높다.
노각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수 남부여농협 상무는 “다다기오이만 재배했을 때에 비해 노각을 추가적으로 재배하면 소득이 50%가량 높아진다”며 “이는 다른 지역 오이의 가격 하락을 최소화시키는 데도 일조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노각이 아무나 재배할 수 있는 쉬운 작목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다기오이에 비해 시비나 열매솎기 등을 더 철저하게 해 줘야 상품성 있는 노각이 생산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1그루에서 상품성을 갖춘 노각은 3~4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노각 출하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농가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농가는 “기름값을 비롯해 필름·파이프 가격 등 대부분의 농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노각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며 생산비 건지기도 힘든 재배 환경을 토로했다.
남부여농협은 최근 출하량 조절 및 서울지역 대형 유통매장에서의 홍보 판촉 행사 개최 등 노각 가격 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덕분에 15㎏ 특품 기준 1상자에 1만1,000원대이던 가격이 1만3,000원대로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격이 한창 좋을 때의 1만7,000원 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창규 남부여농협 조합장은 “가격 회복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 외에도 젊은층에게 노각의 맛과 효능을 집중 홍보해 노각을 여름철 대표적인 채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