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지육(박피) 1㎏에 8,000원을 육박하고 있다. 8일에는 1㎏에 8,094원까지 치솟았다. 구제역 해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초강세 가격에 생산자단체인 대한양돈협회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얼마나 올랐나=5월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돼지고기 가격전망을 지육 1㎏당 7,100~7,300원으로 긴급 수정했다. 이는 당초 발표한 6월 가격전망 6,200~6,400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농경연은 최근 발표한 6월 축산관측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을 1㎏에 7,100~7,400원으로 약간 상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6월 상반기(1~13일) 평균가격이 7,845원을 웃돌아 크게 빗나가고 있다. 6월 상반기 평균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에 따라 식당에서도 삼겹살 1인분에 1만2,000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식당의 경우 1인분을 기존의 200g에서 150g으로 내려 가격 오름폭을 감추기도 한다.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공급량 부족 때문이다.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으로 출하마릿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양돈 재입식도 늦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6월 상반기(1~13일) 돼지 도축마릿수는 37만7,388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만4,772마리보다 21%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 등 일부 납품업체에서 납품물량 확보를 위해 가수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양돈협회 대책마련 골몰=정부는 최근 개최한 ‘물가 관계장관회의’에서 한시적으로 수입 냉장삼겹살 2만t을 구매해 판매업체 등에 원가 이하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군 급식 돼지고기를 한우고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구제역 당시 수매해 비축중인 냉동돼지고기 848t도 시중에 조기 공매한다. 특히 하반기에도 13만t의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 가격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양돈협회도 ‘비육돈 출하체중 5㎏ 증량’ 캠페인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일반적인 출하체중인 110~115㎏을 5㎏가량 늘려 115~120㎏으로 크게 키워 출하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국내산 돼지고기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고,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양돈협회는 보고 있다.
◆향후 전망은=전문가들은 돼지가격이 7월 말까지는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여름 휴가철 수요까지 겹치기 때문. 이에 따라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6~7월 돼지고기 가격(지육 1㎏에 7,100~7,400원)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외국산이 풀리기는 하지만 국내산을 찾는 수요가 만만치 않아 가격 고공행진이 멈출지는 미지수라는 것.
김욱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육가공업체에서 작업량을 늘려 공판장 등 경매시장 물량이 감소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며 “돼지고기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절대적으로 선호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종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차장도 “7월 말까지는 휴가철 수요 등이 몰려 현재와 같은 7,000원대 후반 가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8월 들어서는 휴가철 수요도 한풀 꺾이고, 국내산 물량도 많아지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