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일을 소비하는 데 국내산인지 수입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보편화된 것이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키위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원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안전성이 걱정돼 수입과일 먹기를 꺼렸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그야말로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형 마트 홍보전략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일제히 수입과일 판촉전에 나선 대형 마트들은 전단지에 ‘○○마트 산지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방방곡곡 세계의 맛을 찾아서’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표현들은 원산지가 국내인지 외국인지를 파악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과일이 주요 산지에서 생산된 상품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외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산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품목별로는 오히려 외국의 특정 산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워싱턴산 체리와 같은 경우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수입오렌지 혹은 수입체리로 표현되던 것이 이제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수입과일이 생산된 지역까지 표시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과일상품 개발을 수입과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직수입 등을 통해 새로운 과일을 싼값에 들여와 경쟁적으로 판매하자 수입과일 소비가 일상화됐고, 그 결과 과일의 원산지 중요성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채소는 여전히 원산지가 중요한 구매 포인트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과일에서의 이런 경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농가들도 끊임없는 품질관리는 물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새로운 품종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전통적인 고급 과일이었던 배가 지금은 주로 명절 선물용으로 판매된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면서 “수입과일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는 소비자 입맛, 특히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과일을 생산해 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