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문화는 장류(醬類)문화권에 속한다. 쌀밥에 콩을 원료로 한 간장·된장·고추장만 있으면 일단 배고픔은 해결된다. 영양학적으로 보더라도 쌀은 탄수화물의 공급원이고, 콩식품은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을 공급한다. 적어도 식량안보를 생각한다면 쌀 다음에 중요한 곡물은 단연 콩이 독보적이다. 콩이 배제된 식량안보는 허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은 지금까지 정책의 지원에서 홀대를 받아 왔다. 우리의 연간 콩 수요량은 140만t 정도다. 그중 사료용 96만t을 제외한 식용콩 수요는 44만t인데 국내 생산량은 14만t에 불과하다. 식용콩 자급률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는 콩 증산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논콩 재배를 중심으로 한 콩 증산대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책의 추진과 중단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신뢰가 추락한 결과다. 지금 우리 콩 생산기반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협상 과정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내준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이 화근이 되고 있다. 값싼 미국산 콩이 밀려올 때 지금의 생산기반마저 온전하겠느냐는 우려가 큰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농협이 국회에 국산콩 생산기반 구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은 시의적절한 건의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지금이라도 정부와 농협이 나서 식용콩 자급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콩이라고 다 같은 콩이 아니다. 미국산 콩 대부분은 유전자변형(GM)콩이다. 또한 수입콩은 각종 농약 오염과 장기간 수송에 따른 콩 성분의 변성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맛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국산콩을 확대 공급하는 일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