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낮지만 지난달보다는 높다면 양파값은 오른 걸까 내린 걸까?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이 농산물 가격의 변동 추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가격 동향을 가늠키 위해 제시되는 전월비·전년 동월비 등락 수치가 정반대 방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에 따르면 7월 배추값은 한달 전인 6월에 비해 63.9%나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29.9% 떨어졌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싼 상황이다. 지금의 배추값을 비싸다고 해야 할지 싸다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른 품목도 비슷한 상황이다. 무의 7월 가격은 6월에 비해 12.4% 올랐지만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34.9% 떨어졌고, 양파는 6월에 비해 9.6% 높아졌지만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10.2% 낮아졌다. 또 파는 6월에 비해 0.2% 올랐지만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37.1%나 떨어졌다.
이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기후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의 특수성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배추의 경우 지난해 7월 일조량 부족과 폭염으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평균 도매가격이 상품 10㎏들이 한망에 7,773원으로 강세였지만 올 6월에는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2,195원까지 폭락했다. 올 7월에는 길어진 비로 작황이 다시 나빠지면서 평균 도매가격이 5,647원이 된 것이다. 배추값이 싸다고 해도 맞고 비싸다고 해도 맞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용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기획실장은 “다른 상품과 달리 농산물은 계절이나 기후여건에 따라 가격 등락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가격 변동을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의미 있는 가격 변동 추이를 얻어 내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특성이 반영된 가격 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